까만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zebra 1
브루노 무나리 글.그림, 이상희 옮김 / 비룡소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취미는 팝업북 수집이다. 그리 흔하지는 않은 취미이다. 한 권을 사고 두 권을 사다 보니 어느새 가지고 있는 팝업북은 30여권. 팝업북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특이한 아동 서적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되더란다. 아무래도 팝업북은 대체로 아동서적이고, 그림책 중에서도 토이북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렇게 살펴보게 된 그림책 중에서는 정말로 예술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책들이 많았다. 어릴 때는 대수롭게 보고 넘겼던 일러스트라는 게, 다시 보니 이런 거였구나. 그림책이란 알고 보면 가장 종합적인 예술 아닐까. 


그런데 이번에 비룡소에서 Zebra라는 그림책 시리즈를 만들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감각적이고 예술적인 디자인의 그림책을 선보이는 시리즈이다. 브루노 무나리의 『까만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는 zebra의 시작을 알리는 책이다. 어린이가 보는 책이라는 편견을 넘어,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성인들마저 매혹시키는 그런 책. 


 


책이랑 책갈피랑 드로잉북이랑 포스터까지. 뭔가 전체적으로 어린이 책만이 아니라 디자이너 책이기도 하다는 것을 어필하고 있다. 


 

 


 

저자인 브루노 무나리는 이탈리아 디자인계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분이다. 그쪽 세계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브루노 무나리가 어떤 분인지는 피카소가 '20세기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고 격찬했다는 말에 약간 감이 잡힐까 말까 한다. 무지 유명하겠지. 작년에는 한국에서 전시회도 열었다고 한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 거야? 책을 펼쳐보자, 그 센스에 감탄. 또 감탄. 


 

나는 이걸 글로 표현할 자신이 없다. 그러니까 사진으로 보여줄 수 밖에. 사진 대 방출.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뉘어 있다. 밤과, 풀숲과, 동굴. 




한밤 중에 집을 나서 책 속으로 들어가면 처음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어둠이다. 검은 종이. 

 


 

 

그 어둠 속에서는 불빛 하나가 빛나고 있다. 작은 불빛 하나가. 

 


 



저 멀리. 밤에는 고양이가 짝을 찾아 나서고, 


 

 


박쥐가 날아들고, 사람들이 불빛을 따러 사다리를 세우기도 한다. 





불빛의 정체는 뭘까. 별일까?


 


반딧불이. 밤이 가자 새벽이 다가 왔고, 반딧불이는 풀숲으로 날아간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의 풀숲.





검은 종이 다음으로는 하얀 트레이싱지가 나온다. 겹겹이 겹치는 종이 아래. 반투명한 종이는 아래의 그림을 비춘다. 숨어있는 동시에 드러난다. 풀숲에는 많은  생명이 있다. 트레이싱지로 원근법을 만들어내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개미들도 있다. 

 

 



개미들은 굴로 들어간다. 개미굴은 땅에 있다. 

 

 

 


 


 

그 땅에는 숨겨진 동굴이 있고. 동굴이 있으면 들어가는 게 예의렸다.

 

 


 


동굴 속에는 많은 것들이 있다. 화석, 그림.... 보물까지! 

 


 



회색 종이로 표현된 종이는 석회굴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다르게 잘린 굴의 모양과 크기는 진짜 동굴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곳에는 강물도 있다. 





긴 동굴 탐험을 마치고 나온 나를 반겨주는 것은



어느새 돌아온 밤과, 그 속의 별빛들이다. 아니, 반딧불이일까? 잘 모르겠네.




놀라지 마시라. 이 세련된 그림책이 1956년에 나왔다는 사실! 

유명세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이거 조카 주려고 했더니. 내가 가져야겠다. 팝업북이랑 같이 고이 모셔놔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