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세컨즈 1 - 생과 사를 결정짓는 마지막 3초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쓰리 세컨즈』의 표지를 들여다본 본 친구가 말했다. '작가 이름들이 참 특이하네.' 그랬다. 익숙한 영미식 이름이 아닌 스웨덴의 이름. 북유럽 스릴러 소설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쨌거나 나에게는 이게 처음인 셈이다. 스웨덴. 춥고 복지가 잘 되고 비싼 나라라고만 인식되던 곳. 영화 <렛미인>에서 보여준 하얀 눈밭이 내가 스웨덴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의 전부였다. 그런 미지의 나라에서 나온 스릴러는 어떤 모습일까. 워낙 책이 호평이라서 읽기 전부터 두근두근.



 



호프만과 그렌스


『쓰리 세컨즈』의 주인공은 두 명이다. 피에트 호프만 에베트 그렌스


피에트 호프만은 범죄자. 아니, 범죄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엄청난 범죄자로 조작된 된 경찰의 정보원이다. 암호명 파울라. 마약 소탕을 위해 투입된 경찰의 끄나풀로서 임무 완수를 위해 철저하게 신분을 감춘다. 냉혹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족 사랑이 지극한 가장이기도 하다. 에베트 그렌스는 포기를 모르는 경찰. 그런 캐릭터 있지 않은가. 고집불통이라서 승진도 못하고, 한 번 맡은 사건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추구하고, 남들 배려 안 하는 괴팍한 중년의 형사 말이다. 꽤 흔한 캐릭터이기는 한데, 이런 인물들이 또 나름의 매력 아니겠는가. 


어쨌거나 호프만과 그렌스는 각자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호프만이 정보원으로서의 일을 하다가, 살인사건에 휘말리고, 그걸 덮어야하고, 근데 그걸 그렌스가 수사하게 되고... 뭐 이렇게. 완벽하게 엇갈리면서도 또한 완벽하게 맞물려 들어간다. 일면식도 없는 두 사람이 우연히라도 만날 접점도 없는데, 하나의 사건을 각자 다른 방향에서 헤쳐나가면서, 결국 일말의 결말을 도출해내는 걸 보고 있자니 괜스레 나도 뿌듯하다고나 할까.


 

'사람이 죽었습니다. 베스트만나가탄 대로 79번가입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기한은 사흘이었다.

당신은 누구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1권 338쪽

 



사실 나는 읽으면서 여기 나오는 아저씨들이 다들 멋져보여서 좋았다. 위험천만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각자의 신념이 뚜렷한 남자들! 냉정하면서도 프로페셔널한 아저씨들이지만 한편에서는 자기 가족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는... 이게 바로 비정한 범죄와 사나이의 세계! 영화가 눈 앞에 바로 펼쳐지는 듯했다.

 

호프만은 다시 한 번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한없이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그는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두 아들을 태운 차 트렁크에 암페타민과 나이트로글리세린을 실었다. 

호프만은 북받치는 감정을 꿀꺽 집어삼켰다. 우는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절대로.

-1권 286쪽

 




 



범죄자의 세계


쓰리 세컨즈의 흡입력은 상당하다. 일단 호프만의 처지와 임무 자체가 긴장이 넘친다. 일이 어떻게 튈지 알 수 없는 상태. 임무를 완수하는 건 어려워보이고, 호프만은 자칫하면 버려질 것이다. 호프만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며, 믿을 것은 자기자신 밖에 없다는 점을 확실히 알고 있다. 파울라를 관리하는 빌손은 나름대로의 우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도 도움이 안 되는 것을 어쩌겠는가. 경찰이 범죄를 소탕하기 위해 법을 어기고 있는 상황 자체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을. 이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세계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식으로 이용되고 '덮어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그 무엇보다 독특한 점은 상세함일 것이다. 범죄 수법이 정말 실감나게 그려진다.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인물의 심리묘사, 범죄와 그쪽 세계에 대한 묘사가 세밀하다. 작가들이 전직 사회부 기자와 전직 범죄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까. 책날개의 사진에서 보이는 포스를 보라. 일반인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자세하게 보여주는 건 쉽지 않았을 것같다. 감옥으로 마약을 어떻게 반입하고, 튤립이 몇 도에서 피고 지는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이런 농축된 묘사와 설명은 뒷세계에 대한 독자의 호기심에 불을 붙이기 충분하다. 근데 그 방법들이 소설로 이렇게 까발려졌으니 앞으로 이 방법 써먹기는 어렵지 않을까. 아니, 소설에 쓰인 걸 보면 이미 그쪽 세계에서는 한물 간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범죄의 세계를 이렇게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는 게 놀랍다. 범죄와 관련된 이 모든 시스템은 실제하는 세계일 것이다.


 

"이봐, 호프만, 도대체 어떻게 할 건데?"

피에트 호프만은 씩 웃어 보였다.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젯밤 이후 처음으로 웃는 거였기 때문이다.

"튤립과 시(詩)가 도와줄 겁니다."

-1권 176쪽





허구 섞인 진실된 세계


스웨덴이라고 해서 완전히 다른 세계는 아니었다. 다른 세계는 국경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빛과 어둠으로 나뉘는 것이니까. 스웨덴만이 아닐 것이다. 마지막에 쓰리 세컨즈 속의 허구와 진실을 구분해놨다. 보니까 시스템이나 설정적인 부분은 다 진실이다. 인물이야 허구이지만. 안데슈 루슬룬드와 버리에 헬스트럼. 두 작가는 상당히 문제적인 작품을 써버린 거 같다. 장막 뒤에 가려진 세계는 냉혹했다. 경찰이 대체... 아, 그만해야지. 


마지막 장을 덮자  『비스트』를 보고 싶어졌다. 대체 가끔 언급되는 사건은 무엇이었던 것인지, 어째서 그렌스 형사가 저 모양인 것인지. 근데 언제 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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