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세요, 당신? 1 블랙 로맨스 클럽
이종호 지음 / 황금가지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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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드라마 <49일>을 참 재미있게 봤었더랬다. 한국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나지만, 판타지스러운 소재에 끌렸었다. 유치한 것도 그것대로 재미있었던 49일. 이종호 작가의 『누구세요, 당신?』의 설정을 보고 바로 떠올렸다. 사랑하는 남자가 있던 부잣잡 아가씨가 가난한 여자의 몸에 들어간다는 설정이 겹쳤으니까. 그리하여 받아 본 『누구세요, 당신?』은 두 권이었다. 



 


부잣집 아가씨, 죽어버리다.

27세의 양희진은 부잣집 아가씨로 허영심이 크고 철이 없다. 그녀의 남자친구 성우는 발라드 가수였으나 이번에 댄스가수로 성공인 재기를 한다. 그의 인기가 올라가며 희진과 성우 사이는 벌어진다. 그러는 와중에 희진은 성우의 아이을 가지게 되고 클럽에서 만난 민찬기와 드라이브를 즐기다가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는 1년간 식물인간으로 있는 지영과 그녀의 남편 영수, 아들 지호의 옆에서 그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희진은 식물인간인 지영의 몸에 들어간다. 자신을 배신한 성수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지영과 자신의 얽힌 끈을 풀기 시작한다.


인물 분량이 좀 달랐으면 좋았을 걸

희진이 죽기 전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길고, 희진이 죽고 나서의 전개는 예상보다 빠르다. 2권에 들어가서야 희진이 지영으로 깨어난다. 뒤쪽의 이야기를 좀 더 늘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랬다면 영수의 비중도 늘어났을 테고. 소설 상에서 운명적 만남으로만 치부되는-물론 작품 자체가 운명론에 많이 기대고 있기에 이해는 할 수 있었지만- 두 사람의 감정 변화가 좀 더 자세히 드러났을 수도 있을 텐데. 초반에 중요하게 나왔던 민찬기가 이후로 언급도 잘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후반부 태진의 대사에서 찬기의 접근이 의도된 것이라는 짐작을 해볼 수 있는데 거기에 대한 말은 일언반구도 없다.어쩐지 마음에 들었는데 아쉽다. 그리고 표지에 나올 정도로 중요한 인물인 지영의 이미지는 쉽게 잡히지 않는다. 스토리 상 등장이 얼마 없는 탓이다.


의외로 비중 높은 엉터리 퇴마사들

초반에 희진의 이야기만큼이나 비슷한 비중으로 진행되는 타임라인이 하나 있다. 엉터리 퇴마사 선일과 진만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대체 이들이 무슨 상관이야? 로맨스랑은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데?' 싶다. 물론 나중에 희진이와의 접점이 생기고 두 이야기가 섞여 들어간다. 이들의 엉뚱한 퇴마는 희진의 이야기와 이상하게 엮인다. 소위 말하는 운명의 그물, 엮임이라고 해야할까? 공포 소설을 쓰던 이종호 작가가 귀신을 소재로한 로맨스를 쓰면서 퇴마 에피소드를 넣고 싶어했던 것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전체적으로 봐도 이들이 영수나 성우, 지영보다 출연도가 훨씬 높다. 실질적인 주인공은 이들이 아닐까? 개그로 보나 출연 횟수로 보나 말이다.


 


 

 


정감 가는 캐릭터, 희진

책은 쉽게 놓을 수 없다. 희진이라는 철 없는 아가씨의 행동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는 절대 누리지 못할 상류사회를 당연하게 여기는 이 아가씨가 정말 귀엽다. 아무 것도 모를 때도 나름대로 정감 가기는 했지만,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도 보기 좋다. 성우의 경우 그리 밉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우유부단하고 나약한 남자로만 보였다. 성우가 그리 나쁘게 보이지 않았던 것은 그 옆의 태진이 너무 극성맞았기 때문이리라. 노래하는 영수도 정말 매력적일 것같은데. 이쪽은 좀 답답한 면이 있었다. 그러니까 희진이가 옆에서 잘 채워줘야겠지. 


 

"그 사람, 절대로 그럴 사람 아니니까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예전엔 나도 몰랐는데 세상 사람들이 다 우리처럼 생각하면서 사는 건 아니더라."

-2권 177쪽


 

"여긴 왜 오신 거예요?"

희진이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가족이니까요. 가족은 함께 지내야 하잖아요."

-2권 255쪽



드라마 판권이 팔렸다던데

<누구세요, 당신?>이 쉽게 읽히는 것은 역시 번역서가 아닌 덕도 크다. '청담동 명품녀', '된장녀'등의 친숙한 표현들이 감칠맛 난다. 잘 알고 있는 정서와 설정이 익숙함을 부여한다. 책장 넘어가는 속도가 정말 빠르다. 모든 책이 이렇게 술술 넘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직접 드라마를 보듯이 영상이 머리에서 쉽게 펼쳐진다. 실제로 출간도 되기 전에 드라마 판권도 팔렸다고 들었다. 드라마가 나온다면 정말 괜찮을 것같다. 특히 기대되는 것은 노래 '기억해'가 어떻게 나올지이다. 누가 영수의 목소리를 표현해낼 수 있을까?



어쨌거나, 두 권이라는 분량에 비해 빨리 읽어버렸다. 호러 작가가 쓴 소설인데도 전혀 안 무서웠다. 일부러 분위기를 밝게 만든 면이 있다. 퇴마사들도 유령들도 철이 없고 재미있다. 며칠 후면 이종호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 가는데,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이종호 작가가 썼다는 다른 공포 소설들도 호기심이 생긴다. 그쪽도 감칠맛 날 것같다. 더 무섭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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