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나무와 매 제우미디어 게임 원작 시리즈
전민희 지음 / 제우미디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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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읽었다. 작년에 출간된 덕에 사인회고 뭐고 전에 읽을 수조차 없었던 책. 전민희 작가의 『전나무와 매』이다. 전나무와 매는 다들 알다시피 아키에이지 세계관의 이야기이다. 책도 읽기 전에 이야기는 잔뜩 들은 터라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게임의 프롤로그 격이라고, 덜 끝난 느낌이라고들 많이 말했으니까. 



전나무의 딸 키프로사

전나무와 새의 전체적인 주인공은 진이라고 보이지만, 진과 관련 없는 주인공이 하나 있으니 바로 키프로사. 북방 영주의 손녀이지만 부억데기로 자란 소녀다. 사실 책에 실린 키프로사의 이야기는 다 온라인 상에서 공개된 것이었다. 네이버에 올라왔던 단편 <눈의 새>와 아키에이지 홈페이지의 키프로사 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그림자 성>이 실려있다. 그 외의 이야기는 없다. 키프로사의 이야기는 딱히 뭔가 일어났다거나 시작되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대신 차디찬 북방의 얼어붙은 바로 그 모습 그대로만을 보여준다. 키프로사를 둘러싼 관계, 그녀의 성장을 보여준다. 세계의 수도 델피나드에 가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라지만 별 거 없다. 키프로사도 크게 변한 것이 없고 주위 상황도 변한 것이 별로 없다. 차이라면 새의 거취 뿐이랄까. 


"약속해줘, 세계의 수도에 간다고. 내 대신 그곳 하늘을 날아준다고. 꼭 그래줘."-p.168


매의 검 진

진의 이야기는 키프로사의 이야기에 훨씬 격정적이다. 키프로사에 비해 할당된 페이지 수도 훨씬 높다. 책 제목은 '전나무와 매'라지만 '매와 전나무'라고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헛소리는 뒤로 미루고, 진은 일단 태생부터가 왕의 적자로 스펙터클한 인생을 예고한다. 아기 때부터 사선을 넘나들고 자라서는 전쟁까지 한다. 진은 길거리에서 자란 탓에 평민들과 쉽게 소통하고, 검술도 승마도 잘 하는 완벽한 왕자님 상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진이라는 이름 또한 본명이 아니고 거리에서 신분을 감출 때 사용했던 이름이다. 본명은 폴리티모스, 근데 역시 진이라는 이름이 더 정감 가는 것같다. 진의 이야기는 영웅으로 태어난 왕의 서자라면 당연히 겪을 법한(?) 뻔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워낙 전민희 작가가 이야기를 세련되게 이끌어가다보니 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몰입하게 된다. 진의 에피소드 또한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려는 시점에서 멈췄지만, 프롤로그인데도 워낙 굴곡이 많다보니 진행되다가 중간에 멈췄다는 인상이 강하다. 


"델피나드에 가시면 근사한 아가씨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요? 왕자님이 왕자님이든 아니시든 개의치 않고 사랑하는 강하고 똑똑한 아가씨 말이죠."-p.350




책 속에는 없는 접점

전나무와 매에서 키프로사와 진의 교차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끝부분에 진과 키프로사의 만남을 암시하는 의미심장한 대사가 있기는 하지만 그 뿐일 뿐. 둘은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아키에이지의 세계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의 태는 진만이 알고 있고, 키프로사는 그것조차 모른다. 물론 그 둘이 후에 델피나드에서 만날 것을 의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후로 아키에이지 세계관의 소설이 계속 출간될 것이라고는 하나, 그 때는 키프로사와 진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키에이지의 다른 인물들이 델피나드에 가기 전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물론 그 때에 다른 주인공들이 겹쳐 등장하는 것 정도는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진짜 중요한 후의 이야기는 '게임에서 확인하세요'라고 말할 것같은 것은 내 착각일까? 아니, 착각이 아니겠지. 애초에 이 세계는 게임을 위해 만들어졌으니까 말이다. 



사실 나는 게임을 해볼 생각이 없다.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쉽게 그만둬버리기도 하고, 그리 열정적이지도 않고, 무엇보다 컴퓨터가 못 받을 듯 하다. 게다가 너무 빠지면 다른 건 다 뒷전으로 미룰 것이 뻔하기 때문에라도 하지 말아야한다. 그래도, 이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손대볼지도 모르겠다. 끝까지 못 보는 건 확실하지만. 역시 책으로 나오는 부분만 보는 게 나한테는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인물은 열두 명이나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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