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 2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서부해안 연대기 2권 『보이스』이다. 1권 『기프트』를 읽고 나서 주문했는데, 책 참 빨리 왔다. 한국 택배는 워낙 빠르지.

책은 빨리 왔는데, 책 사이의 시간은 좀 길다. 몇 년 지났을까. 소설에 나온 것에 따르면 최소 17년 이상이다. 산골 출신 오렉이 전 세계에 이름난 시인이 되는 긴 시간. 시간도 지났고, 주인공도 바뀌었다. 책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소녀는 어떤 이야기를 들고 왔을까. 

(아래 내용은 기프트의 미리니름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읽는 자, 메메르 


바다를 사이에 두고 위대한 산 술을 바라볼 수 있는 도시 안술. 안술은 알드에게 점령당한 식민지로, 읽고 쓰는 것이 금지되었다. 그러나 안술에 있는 비밀서가. 그곳에 드나들 수 있는 소녀가 바로 메메르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비밀서가에 출입했던 메메르는 수장의 지도 아래 글을 배우게 된다. 여기서의 문자 금지는 식민지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알드의 종교인 아스가 읽고 쓰는 것을 불경시 하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종교과 역사, 문화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안술 사람들의 알드에 대한 저항은 모든 식민국의 독립운동과 같이-그러고보니 어제 삼일절이었구나- 지식의 저항이며, 종교의 저항이고, 역사의 저항이다. 자유를 위한 목소리. 그것이 바로 '읽는 자', 메레르가 책을 통해 듣는 것이다. 



말하는 자, 오렉

그러나 자유는 듣기만 해서는 쟁취할 수 없다. 들었으면 그것을 입 밖으로 내 사람들을 이끌 '목소리'가 필요하다. 그 목소리가 바로 오렉이다. 파괴의 재능 대신 창조의 재능, 시의 재능을 가졌던 오렉은 그라이와 대륙을 주유하며 무척이나 유명한 시인이 되어 있었다. 문자가 금지된 안술이기에 되려 더 이야기꾼이 대접받고, 알드의 간드에게서 초청도 받는다. 보이스에서의 오렉의 역할은 메메르의 것보다 중요하기도 해서 진짜 주인공은 오렉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어스시 시리즈에서 각 권마다 다른 주인공이지만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인물이 게드이듯, 서부해안 연대기에서는 오렉이 핵심이 된다. 책의 제목인 보이스-목소리는 물론 책의 목소리를 말하는 것이겠지만, 시를 통해 사람들을 움직이고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오렉에게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오렉은 그 재능으로 자유를 선포하였으니. 

"자유란 풀려난 사자요, 떠오르는 태양입니다. 여기나 저기에서 멈출 수는 없소. 해방이 해방되도록 하시오! 자유가 자유롭게 하시오!"
-p.364


읽기 편했던 보이스

그러나 이상하게도 진짜 오렉의 이야기였던 기프트보다는 메메르의 눈을 통해 보는 보이스가 더 읽기 수월했다. 여성화자이기 때문일까? 오렉은 이성적이었지만, 메메르는 소녀다운 감성을 보여준다. 좀 더 감상적이고 부드럽다. 오렉은 시인이고, 메메르는 독자라는 차이가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 기프트는 오렉의 장대한 서사시로 편하게 읽기가 힘들었지만, 메메르는 독자로서 보이스의 이야기해주었다고 할까. 이 모든 이야기를 보고 상황을 읽어서 독자에게 건내는 메메르의 목소리가 더 편안했다. 이야기 흘러가는 것도 좀 더 매끄러운 느낌이었다. 


이야기의 끝에서 메메르는 오렉과 함께 하게 되었다. 읽는 자와 말하는 자가 함께 다니기 시작했으니, 다음은 보는 자가 있어야겠지? 보고 읽고 말해야 할테니까. 그라이는 이미 언어를 넘어선 소통을 할 줄 아는 자이기에 논외. 파워 빨리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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