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트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 1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서부해안 연대기는 처음 봤을 때 예쁘다고 감탄했다. 하지만 그래도 르귄 여사 소설인데 너무 영어덜트스럽다 싶기도. 읽어보니까 역시 별로 어울리지는 않더라. 그래도 표지가 예뻐서 계속 바라 보게 된다. 출간되었을 당시는 표지만 보고 넘어갔지만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1권인 『기프트』를 보고 집어들었고, 방금 뒷권인 『보이스』와 『파워』도 주문해버렸다. 




제어할 수 없는 능력을 타고난 소년


기프트 표지의 주인공 소년은 오렉. 서부해안 연대기는 선물을 가지고 태어난 소년소녀의 이야기이다. 고원지대에는 선물을 가지고 태어나는 혈통이 있다. 오렉은 카프로스만트의 영주 카녹의 아들로 '되돌림'의 혈통을 타고 있다. 되돌림이란 모든 것을 무(無)로 만드는 강한 파괴의 능력이다. 기프트에서는 오렉의 어린 시절부터의 성장기를 전반적으로 그리고 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오렉이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는지부터 친절하게 이야기해준다. 오렉의 어머니인 멜은 저지대 사람으로 혈통과는 무관하다. 그 탓인지 오렉의 능력은 발현이 늦다. 그러나 어느날 능력이 나타나지만 오렉은 그 능력을 제어할 수 없어 눈을 봉인함으로써 힘을 막게 된다. 

"무섭지 않아요."
"네 능력을 통제하려면 사용해야만 해." 아버지 카녹은 여전히 내 결심을 약하게 만드는 부드러운 태도로 말했다.
"사용하지 않겠어요."
"그러면 능력이 너를 이용할 거다."
-p.120


영어덜트 소설이라고?

서부해안 연대기가 영어덜트 꼬리표를 달고 나왔지만, 사실 소재 말고는 그닥 YA같은 느낌이 없었다. 영어덜트 소설은 청소년을 대상으로하고 있으며,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10대의 성장을 다루고 있으며 주로 판타지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서부해안 연대기는 10대 소년소녀가 주인공인 판타지. 소재만으로는 YA소설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YA소설에서 볼 수 있는 일련의 가벼움, 10대들의 격양된 감정은 볼 수가 없다. 되려 너무 르귄 스타일. 예상했던 그대로다. 단정하고, 정리되어 있으며, 계산적이고 치밀하다. 감정 표현은 절제되고 이성적이다. 그라이와 오렉의 관계도 소꿉친구의 정 이상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소재는 YA이되, 소설의 깊이와 스타일은 YA라고 치부할 수 없다. 책 뒤쪽에는 르귄 여사와의 인터뷰가 실려있는데(판타스틱 잡지에도 실렸던 것이다. 왜 처음 보는 느낌이지), 거기서 르귄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심미적 요소라고 말한다. 예술작품이 되는 이야기. 서부해안 연대기도 거기에서는 예외가 아니고, 그렇기에 읽다보면 작가가 정말 공들여서 다듬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대중성과 예술성이 균형을 이루다가도 예술성 쪽에 좀 더 무게가 기울고, 그래서 그리 쉽게 책장이 넘어가는 편은 아니다. 



서부해안 연대기의 시작

『기프트』는 서부해안 연대기의 1권. 그래서인지 확실히 프롤로그 느낌이다. 소설은 새로운 사건이 시작되려고 하려는 그 시점에서 끝난다. 보통 판타지가 익숙한 장소를 떠나 여정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하는 반면, 기프트는 고향을 떠나는 것이 결말이니 이거 정말 전기문에서 몇 페이지로 간추려지는 앞부분만 읽은 기분. 물론 2, 3권이 이어지는 것은 알고, 거기에 오렉이 나올 것도 안다. 오렉과 그라이의 뒷 자취를 다음 권을 통해 확인해야겠다. 비록 그들이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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