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이상한 존 오멜라스 클래식
올라프 스태플든 지음, 김창규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1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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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전 SF에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점은 그게 몇 십 년 묵은 작품이든 세월의 흐름을 크게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보면 구식인 상상의 과학기술들도 재미있게만 보인다. 시대를 반영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고 상상을 통해 축소/확대 혹은 왜곡하거나 메타포를 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한 존』 또한 가끔 나오는 전쟁과 냉전, 공산주의 이야기를 제외하면 1935년에 출간되었던 작품이라는 걸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면 '아, 이게 참 오래된 소설이었구나'라고 새삼 깨닫는다.



올라프 스태플든

1935년에 출간되었던 이상한 존. 작가 올라프 스태플든은 영국 작가로 과학소설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작가 중 하나라고 한다. 조금만 이쪽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작가들, 아서 C. 클라크, 스타니스와프 렘, C.S. 루이스 등에게 영향을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하니 그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는 짐작이 안 간다. 


이상한 존

이상한 존은 신인류의 출현을 소재로 삼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선 신인류나 초능력자들은 요즘의 SF에서 색다를 것이 없는 소재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 출간된 당시를 생각한다면 상당히 신선한 소재가 아니었나 싶다. 게다가 이 소설은 다른 그 무엇보다 신인류, 초인의 삶 그 자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초인인 존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인간들의 세상에 끼어들고 싶어 안달난 슈퍼 영웅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인종이다. 능력적으로도, 자의식적으로도 인간을 넘어선 개별적인 존재인 존. 요즘의 초인들이 특이한 능력만 좀 더 가진 호모 사피엔스라는 점을 볼 때 이상한 존에 필적하는 신인류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존은 정말로 지금의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들과 '우리'라는 개념을 가질 수 없고 동조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호랑이나 원숭이를 보고 대하는 딱 그만큼만이 호모 사피엔스가 존에게 차지하는 위치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목숨과 정신을 경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솔직히 불편하다. 우월한 존재에 대한 열등감도 느껴지지만, 내 목숨이 그 정도라니. 이들에게는 감정도 없나 싶다.

"이런 얘기를 계속 해봤지 소용없어요. 결론은 간간해요. 호모 사피엔스는 한계에 직면했어요. 
그리고 나는 멸망한 종족을 뜯어고쳐주느라 인생을 낭비할 생각이 없어요." -p.129


초판 표지

호모 수페리어 Homo Superior

그럼 스태플든이 그리는 신인류는 어떤 모습일까. 인류에서 나온 돌연변이인 초인들은 일단 외양부터가 인간과 다르다. 인간과 비슷하나, 이질적이다. 마른 몸, 긴 팔다리, 큰 손, 더 큰 눈, 거의 없는 흰자위. 짧은 머리카락과 큰 머리. 거미같다는 표현도 있다. 외양은 신인류마다 다르지만, 큰 눈과 짧은 머리는 대부분이 공유하는 점인 듯 하다. 거기다가 성장이 지나치게 느리다. 수명도 긴데 몇백살까지 살아온 초인들도 있다. 능력도 다들 조금씩 다른데, 기본적으로 지능이 무척이나 높다. 한 언어를 습득하는 데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는다. 세계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과 보는 관점들이 우리와는 다르고 미의식 또한 완전히 다르다. 게다가 완전히 이성적이라 우리가 보기에는 정말 비인간적이기까지 하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수명을 제외하면 이상한 천재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특기할 점은 텔레파시나 시간을 넘나드는 의식, 정신력으로 원소를 다룰 수 있다는 점들이다. 근데 나는 이런 초능력이 없어도 충분히 신인류로 보이는데 굳이 넣었어야하나 싶다. 그 모든 게 극대화된 정신력의 일부라고는 하지만 텔레파시가 등장하면서부터 갑자기 왜 이러나 싶었던 게 사실.

"여기는 정말로 괴물들의 섬이다." -p.249


고전 SF의 재미

이상한 존은 고전이다. 읽으며 고전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처음에 내가 시대의 흐름을 크게 느낄 수 없다고 썼던가? 그렇다. 이런 류의 소설은 언제나 새로이 읽힐 수 있기에 고전이면서도 신선한 재미를 준다. 모순적인 말이지만, 이런 게 또 고전 SF를 읽는 재미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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