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364일 블랙 로맨스 클럽
제시카 워먼 지음, 신혜연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열일곱, 364일』은 처음으로, 그리고 아직까지는 유일하게 접한 블랙로맨스클럽의 소설이다. 사실 이것보다는 『웜 바디스』랑 『레드 라이딩 후드』를 더 읽고 싶었는데 열일곱, 364일을 사버린 건 역시 이벤트의 영향이다. 블랙로맨스클럽 라인업 홍보 이벤트로 책을 구입하면 신지가토 다이어리를 줬기 때문에. 다이어리는 동생 손에 들어갔지만, 책은 다행이도 내 손에 남았다. 


처음으로 접하는 블로클 책! 과연 어떨까 궁금궁금. 소녀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러블리 본즈>가 떠오를 법도 한데 비슷할까?


 

 


죽음 이후의 퍼즐 맞추기

이야기는 주인공인 리즈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열여덟살이 되는 생일날 다섯 친구들과 리즈는 보트에서 파티를 연다. 술과 마약에 취해 잠들었던 리즈는 잠에서 깨어난 후, 자신이 죽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리즈의 영혼 앞에 나타난 알렉스. 알렉스는 리즈가 죽기 1년 전 교통 사고로 죽었던 소년이다. 학교에서 잘나가고 인기 많았던 여왕 리즈와는 달리 알렉스는 변변한 친구도 없었던 은따. 리즈와 알렉스는 너무나도 다르기에 자주 투닥대지만 알렉스는 리즈가 생전의 기억을 되찾아가는 것을 돕는다. 죽음을 겪은 후 리즈의 기억은 공백이 많다. 리즈는 퍼즐을 맞추듯이 자신의 기억들을 한 조각 씩 찾아 맞추고 자신이 죽은 이유를 알아내려 한다. 과연 리즈의 죽음은 우발적 사고였을까, 아니면 보트에 있던 다섯 친구 중 한 명의 소행일까?

이제는 대단한 예고나 준비 시간 없이도 기억 속으로 빨리 들어갈 수 있다. 우연히 빠져 들어가듯 찾아 헤맬 필요도 없고, 접근도 더 쉽게 할 수 있다. 많은 것을 기억할수록, 퍼즐 조각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는 것 같다. 그 퍼즐이 그려 내는 내 인생의 그림이 꼭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알 수 없는 몇 가지 조각들로 점철된 텅 빈 서판이 아닌 것에 감사한다. -p.308


로맨스의 틀을 깨다

로맨스 소설에는 사랑이 있다.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있고, 두 사람의 만남과 두 사람을 가로막는 사랑의 장애물이 있고, 사랑이 이루어짐으로써 끝난다. 보통은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열일곱, 364일은 이런 로맨스의 틀을 과감히 깨부순다.  리즈가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알렉스 뿐이기 때문에 알렉스가 남자주인공인가 싶었다. 알렉스는 무척이나 중요한 인물이고 리즈와 싸우고 정드는 친구이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서로 좋아하기도 힘든 게 둘의 관계인데다 리치에 대한 리즈의 사랑이 너무 견고해서 일찌감치 그런 기대는 접어버렸다. 리즈에게는 생전에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리치. 서로 대화를 할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리즈와 리치의 사랑은 과거에 기반해서만 유지된다. 그런데도 의외로 달달하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견고해서 신기할 정도다. 대화도 사랑의 속삭임도 과거의 일인데 로맨스는 로맨스다.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주인공

처음부터 리즈의 행동을 알았다면 리즈를 좋아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기억이 드러나는 순서는 교묘해서 리즈가 변할 수 밖에 없던 이유, 리즈의 아픈 과거와 현재 모습, 겉과 속을 차례대로 다 보여주고 리즈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금발 미녀, 잘생긴 남자친구, 부유한 집안에 뭐 하나 부족할 것 없는 리즈의 삶이 그렇게 고통에 차있었다니. 특히나 리즈의 달리기에 대한 열정은 어머니의 죽음이 리즈에게 가져온 고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어떻게 이런 리즈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리즈는 늘 달리기에 대해 얘기하곤 했어요. 그러니까, 죽기 전에요. 전 가끔 물었어요. 그렇게 몇 시간 동안 달리면서 무슨 생각을 하냐고요. 리즈의 대답은 늘 똑같았어요. 아무 생각도 안 한다는 거였어요." -p. 146


누가 봐도 재미있을 소설

블랙로맨스클럽의 소설 중  『열일곱, 364일』 을 처음 읽은 것은 아무래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로맨틱하지만 전형적인 하이틴 로맨스에서 한참을 벗어난, 판타지이지만 추리 소설을 읽는 것같은 『열일곱, 364일』! 로맨스를 안 좋아하고 판타지에 관심이 없어도 정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 아닌가 싶다. 블로클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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