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랜섬 릭스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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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그 제목에 걸맞게 이상한 표지를 가지고 있다. 음산해보이는 사진이다. 왕관을 쓴 소녀가 굳은 자세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공중에 둥둥 떠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서평단 신청을 할 때도 이 표지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꼭 읽고 싶었다. 


 



사진들이 보여주는 이야기


작가인 랜섬 릭스는 영상학부를 졸업해 단편 영화 입상한 경력이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릭스는 시각적인 이미지들을 적절히 활용하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보통 소설의 보조역할로 머무는 삽화를 적극적으로 이야기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화자는 이야기 속에서 사진들을 보여주며 자신의 이야기가 진실임을 주장한다. 책에는 많은 사진들이 들어있는데, 열 명의 수집가가 소장한 이미지들을 빌렸다. 이 사진들은 그 어떤 편집도 가해지지 않은 오래된 진본들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사진에서 뽑아내 자아낸 이야기들인 셈이다. 사진들은 정말로 기묘하다. 하나하나가 강렬하고, 제각각이다.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진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은 정말 이 작가의 역량에 감탄하게 한다.


 

 


우연일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할아버지가 내게 보여준 사진들은 이 집에 살던 아이들이라고 했던 그 사진들은 실제로 이 집 아이들을 찍은  사진들이란 얘기였다. 그렇다면 여덟 살 꼬마였단 나조차 믿을 수 없었던 이 사진들이 진짜였단 말인가? -p.143



할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


제이콥이 어릴 때, 제이콥의 할아버지인 에이브는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했다. 폴란드에서 태어났던 에이브는 전쟁을 피해 웨일즈 지방에 있던 고아원으로 피신했다. 그 곳은 페러그린(송골매)가 지키는 곳으로 이상한 아이들이 살던 곳이다. 제이콥은 할아버지에게서 하늘을 떠다니거나, 무척 힘이 세거나, 벌을 몸 속에서 키우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이 어느 순간 제이콥은 그 이야기를 할아버지의 동화로 치부하게 되었다. 에이브가 괴물의 이야기를 하고 두려움에 떨 때에도 단순한 치매로 여긴다. 그러나 에이브가 숲 속에서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그 곳에서 제이콥은 괴물을 본다. 제이콥에게 남은 것은 할아버지의 유언이었다. 그리고 제이콥은 페러그린의 이상한 아이들의 집을 찾아 웨일즈로 가게 된다. 


"그럼 할아버지도…… 그러니까……."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냐고?"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할아버지는 너와 똑같았단다, 제이콥." 그리고 돌아서서 계단으로 향했다. -p.198



제이콥이 겪는 이야기


사진들의 분위기가 어둡다 보니, 조금 무서운 이야기를 기대하게 될지도 모른다. 표지부터가 무서우니까.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고 안개 낀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이야기는 생각보다 어둡지도 무섭지도 않다. 그저 모험 판타지의 느낌이 강하다. 그렇지만 할아버지의 의문사와 유언을 찾아가는 부분에서는 미스터리같고, 여러가지 초능력이 나온다는 점에서는 이능력 소설이다. 괴담같은데 이상하게 때로는 동화같다. 거기에 타임 루프, 시간 여행, 총과 싸움, 로맨스, 괴물, 세상의 사활을 건 실험 등 각종 소재가 등장한다. 종합 선물 세트라고 해야할까? 뭐라고 정의 내리기 힘든, 이상한 소설이다.



앞으로 나올 이야기


소설이 1권 내에서 끝나지 않는다니! 이건 좀 슬프다. 아마존에서 검색해봐도 2권은 해외에서도 안 나온 모양이다. 얼마나 기다려야 이 이상한 이야기를 더 맛 볼 수 있는 걸까? 다음 권도 이렇게 이상한 사진들이 듬뿍듬뿍 들어있었으면 좋겠다. 영화화도 된다던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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