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치드 매치드 시리즈 1
앨리 콘디 지음, 송경아 옮김 / 솟을북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매치드』를 처음 봤을 때, 표지가 나를 확 잡아 끌었다. 처음 인식한 것은 은은한 녹색. 소설 표지로 쉽게 볼 수 있는 색깔은 아니다. 그 뒤에 보인 것은 그 녹색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소녀. 그런데 그 소녀는 구슬 안에 갇혀 있다. 
매치드는 '모든 것이 통제된 근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다.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들을 무척 좋아하는 터라 기대를 잔뜩 안고 책을 펼쳤다. 확실히, 금새 빨려들어갔다. 


17살 생일, 카시아는 녹색 실크 드레스를 입고 매칭 파티에 참석한다. 매칭 파티는 자신의 미래 배우자를 알 수 있는 중요한 통과 의례이다. 카시아의 매칭 상대로 지정된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커온 잘생기고 똑똑한 젠더. 그런데 카시아가 받은 마이크로 카드에는 젠더가 아닌 다른 소년의 얼굴이 뜬다. 카이 마켐. 그 또한 카시아의 친구이나, 시민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탈자이다. 



 



유토피아같은 초록빛 사회


소설은 디스토피아가 배경인 것치고는 따뜻하고 감각적이다. 또한 다채롭다. 소설 내에서는 색이 계속 나온다. 초록색, 파란색, 빨간색 알약. 초록색 실크 드레스. 하얀 미루나무 씨앗들. 붉은 석양. 계속 변하는 카이의 눈 색. 이런 색들이 소설을 아름답게 치장한다. 이번 권, 매치드에서 보여지는 소사이어티는 녹색이다. 카시아가 갇혀있는 저 유리구슬과도 같이 너무나 아름답다. 하늘 위로 떠오르는 비눗방울처럼, 그 표면 나타나는 무지개처럼 그 속에서는 행복이 가득하다. 열일곱살 되는 생일날 녹색 드레스를 입고 기대에 부풀어 매칭 파티에 참석했던 카시아가 그 소사이어티 속의 행복을 완벽히 보여주고 있다. 완벽한 가족, 꼭 맞는 사랑, 건강한 삶, 위엄있는 죽음과 보장된 삶. 어찌보면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유토피아이다. 소사이어티와 오피셜들이 통제하는 의도를 확실히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기에 정말로 이 체제를, 비눗방울을 터트려야하는 것인지 계속 의문이 든다.


 

'편안한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마라'

나는 이해 못하는 말들과 이해할 수 있는 말들 사이를 계속 읽어 나갔다. 

왜 이 시가 할아버지에게 말을 걸었는지 알 것 같았다. -p. 107

 


그러나 어떤 사회 체계도 즐거움만이 존재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할아버지가 시를 통해 카시아의 눈을 열었다. 완벽한 듯 보였던 이 세계는 조금씩 그 이면을 드러낸다. 시민들의 삶은 다른 지역과의 전쟁, 일탈자들의 고통들 위에 세워져 있다. 모든 것은 데이터가 되어 관리되고, 창조는 없이 파괴와 분류만이 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재미있는 것은 이 시스템이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렇게까지 모든 것이 똑같지 않았던 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과거는 너무 쉽게, 빨리 지워져 그 이전의 삶들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이런 상태에서 이 유토피아는 사실 디스토피아이니 여기서 벗어나라고 말한들, 누가 그걸 깨트리려 할까. 그러나 카시아는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초록색 알약을 먹지 않는 카시아는 이 편한한 세상을 벗어나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디스토피아보다는 로맨스


역시 사랑은 체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의 시발점이 되는 법이다. 고전인 조지 오웰의 『1984』에서 그랬고, 매치드와 같은 영어덜트 소설인 스콧 웨스터필드의 『어글리 시리즈』에서도 그랬다. 어찌되었거나 이 소설은 로맨스이다. 예쁜 소녀와 멋진 소년. 그리고 소녀를 돕는 서브남자주인공까지. 로맨스 소설이 갖출 요소는 다 가지고 있다. 카시아와 카이는 오피셜들의 눈을 피해 작은 비밀들을 만들고, 사랑을 키워간다. 소사이어티조차 파악하지 못한 비밀들을 통해 작은 반항들을 한다. 잊혀진 창조의 기쁨을 누리고 배운다. 카이가 바깥 지역에서 온 소년이기 때문에, 소사이어티 뒤의 어둠을 볼 수 있는 사람이기에 카시아 또한 이면을 보는 법을 배워간다. 


"왜 여기는 녹색과 갈색과 파란색이 이렇게 많아?"

그가 내게 물었다.

"아마 그 색이 성장의 색이고, 우리 지방 중에 많은 땅이 농경지대라서 그렇겠지. 

그렇잖아. 파란색은 물 색깔이고, 갈색은 가을과 수확의 색이고, 녹색은 봄의 색이고."

"사람들은 언제나 그렇게 말하지. 하지만 붉은색은 봄의 첫 번째 색이야. 재생의 진짜 색. 시작의 색."

-p 323



매치드는 디스토피아보다는 '로맨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실 매치드 안에서의 소사이어티는 그저 사랑의 계기이면서 장애물 정도로 비친다. 매치드에서 그려지는 소사이어티의 생활은 상세하나,  『1984』의 두려움과 고통도, 『어글리』에서 느낀 파격과 거부감도 느끼기는 어려웠다. 그 사회가 마음에 든 것은 아니지만 되려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에서 이상적인 미래로 그려지던 사회가 떠오를 정도였다.(엄청 다르기는 하다). 카시아와 카이의 연애는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고민도 갈등도 있었지만 10대들의 연애에서 나올법한 당연한 모습들이었다. 위험도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았다. 아니, 적어도 카시아는 위협하지 않았다. 진짜 고난은 이 뒷 권부터. 소사이어티의 진짜 모습도 이 뒷 권부터 볼 수 있을 듯 하다.



다음 권은 무슨 색일까


매치드에서는 소사이어티 안에서의 삶과 두 사람의 사랑이 커가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볼 수 있었다. 견고해보이는 소사이어티 속의 행복한 나날들. 평화와 안정, 성장을 뜻하는 녹색 사회에서 그들의 사랑은 자랐으나, 또한 소사이어티가 단풍나무들이 베었듯이 무너졌다. 카시아는 이제 피상적으로 알던 아픔과 상실 고통을 직접 대면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사랑을 찾아나서야할 것이다. 이번 권에서는 제대로 알 수 없었던 소사이어티 밖의 아픔들이 어떤 색깔으로 다가올지 다음 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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