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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기다림과 씨름한다
페터 빅셀 지음, 백인옥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진부하지만 그럴듯한 제목에 끌려 골랐다. 그러나 책을 펼치니 내 예상과는 다른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이 책은 두 세 페이지의 짧은 일화들로 이루어져 있어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무방하다. 그 일화들은 현대인들의 고질병(다들 예상하겠지만 고독, 소외, 상실, 기타등등이다)을 다루고 있는데 시제를 무시한 건조한 문체가 은근한 여운으로 되돌아온다. 그 중 가장 내 마음을 당긴 일화는 <블룸 부인은 우유 배달부를 알고 싶어한다>인데 소통의 문제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아…하고 가슴에 와 닿는 그 무엇이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일상의 조각을 한 땀 한 땀 수놓아 보는 사람에게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작가의 솜씨에 감탄할 뿐이다.
책의 뒷 부분은 작가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는데 좀 시대에 뒤떨어진 감이 있긴 해도 페터 빅셀 개인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