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포르투갈 - 산티아고 순례길, 지금이 나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면
한효정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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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나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면"


번아웃을 겪은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로 한다. 그 과정들이 잠잠하면서도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주는 책이었다. 갑자기 이직을 하게 되면서 모든 일에 흥미를 잃게 된 나도 번아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책에 나온 포르투갈 해안길을 걸으며 나의 마음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글쓴이와 같이 좋은 사람들로 인해 정말 혼자이긴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깟 포르투갈어가 뭐라고' 주제에서 다룬 이야기를 보며 지금의 나를 떠올려보게 되었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고 보채지 않는데 혼자 조급해져서는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회사와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포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차근차근 천천히 하나씩 풀어나가면 되는 걸 왜 그렇게 조급해 하는 걸까. 나에게도 쉬어갈 시간이 조금 필요한 것 같다.

'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서는 '지금'이란 다시 되돌릴 수 없고, 제목 그대로 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나는 이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이다. 그래서 얼마 전 동생이 휴가를 그냥 보내는 것이 아쉬워서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이야기했다. 순간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므로, 좀 더 재미있고 의미 있게 보냈으면 한다. 나 역시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지금'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 현명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인상 깊은 문장들을 적어내려가다 보니 공감되는 부분들이 꽤 많았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점점 사람과의 관계에 지치고 벽을 치기 마련인데, 관계와 소통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었다. 저자가 순례길을 걸으면서 생각한 부분들이지만, 조금 여유를 가지고 내 주변을 둘러본다면 일상생활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이런 부분들을 읽어나가며 우리의 인생이 순례길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중간중간 나오는 사진은 다른 순례자들과 환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들이 많았다. 그 모습들이 참 다정해 보였고, '역시 여행에는 사람이 빠질 수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날씨로 인해 춥고 외로운 순례길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으로 따뜻하고 정겨운 순례길의 모습이다. 풍경 사진에는 바다가 많이 등장하는데, 시원하면서도 잔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소박해 보일지도 모르는 사진들이지만, 언젠가 이 길을 걷게 된다면 이 예쁘고 아기자기한 길을 천천히 감상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지난 3개월을 너무 여유 없이 마음이 흐트러진 채로 지나온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마음이 잔잔해지는 것 같았고, 조금은 쉬어가도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멈추는 것은 아니다. 순례길을 걸어 나가듯 천천히 매일 조금씩 강단 있게 걸어나가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고 마음을 추스르며 포르투갈 해안길을 걷듯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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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푸른향기 서포터즈로서 책을 지원받아,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로 직접 작성된 포스팅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보는 일은 즐겁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여행을 하는지도 모른다. - P24

불안해하고 조바심하는, 아직 자라지 못한 이 아이를 어떻게 잘 달래서 살아보나. 새로운 숙제가 하나 생겼다. - P35

그 누구도 나를 따라올 수 없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내가 그들보다 뒤처져서 걷는 것이다. - P65

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지나고 있는 나는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가. - P69

산티아고 순례길이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바다와 숲이 있어서만이 아니다. 이렇게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내가 지쳐 있거나 길을 잃고 헤맬 때 화살표 같은 이들이 나에게 힘을 주고 나를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주기 때문이다. - P73

왜 나는 그토록 사람들을 경계하며 살아야 했을까. - P119

힘들면 쉬어가자. 스스로를 다그치지 말고 몰아붙이지도 말자. 그러자 걷다 멈춘 그곳에는 그동안 내가 보지 못했던 작은 풀꽃이, 벌과 나비들이 있었다. 이제는 바삐 사느라 놓친 것들을 찬찬히 들여다볼 시간이었다. - P131

이 길은 내가 선택한 길이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스스로 완성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절뚝거리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 P164

"계속 걸어라. 난 곧 떠날 사람이니, 넌 너의 길을 가거라." - P168

여행은 사람이고 관심이다. 단지 풍경이 아름다워서 그곳을 찾는 게 아니라, 풍경 못지않게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어서 자꾸만 여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 P197

안에서 잠근 문은 스스로가 열어야지 밖에서 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스스로를 안에서 닫아걸고 누군가가 열어주기를 바라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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