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구하겠습니다! - 1퍼센트의 희망을 찾아가는 어느 소방관의 이야기
조이상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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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 뭐 하는 직업이냐고 물으면 나는 대답한다.

"손을 잡아주는 일이에요."

내가 소방관이 된 후 한 일은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내 동생은 소방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사건사고 현장에서 일을 하니까 후유증은 없는지 심리적으로 안정적인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지금은 구급 대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화재진압대원으로 일할 때에는 걱정이 더 많이 됐었다. 동생은 집 근처의 소방서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카톡을 주고받다가 갑자기 답이 없을 때면 몇 분 내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그럴 때면 조금 전에 주고받은 메시지에 답이 올 때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동생에게 좋지 못한 현장을 보고 나서 괜찮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현장에 나가면 수습하기 바빠서 다른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고 답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속으로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서론이 길었는데, 좋은 기회로 푸른향기 출판사에서 이 책을 받기도 했지만 나는 그 전에 소방관이 직업인 동생에게 선물한 적이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소방관이 접하는 많은 사건들과 그때의 마음들에 대해 잘 적혀있었다. 읽는 내내 '동생도 이런 생각을 할까?'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 '이런 일들을 하고 있구나...'하며 동생의 직업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꼭 소방관에게만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니다. 평소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안전 문제, 타인에 대한 배려,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것들, 삶을 대하는 태도 등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좋았다.

종교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가끔 등장하는데 나 역시 기독교여서 그런지 (날라리 신자지만) 크게 거부감은 없었고, 요구조자나 환자를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해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작게는 우리 가족에게 사랑을 주시고, 넓게는 이스라엘, 베네수엘라,

멕시코, 아프리카의 각 사람에게 사랑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소방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현장 업무에 대해 이해하기 좋은 책이 될 것 같고,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소방관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생각할 것들을 많이 가져다주는 책이어서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아무래도 사건사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다. 마냥 슬프거나 힘든 내용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내용들이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평안한 대한민국을 위해 모두 함께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소방관이 뭐 하는 직업이냐고 물으면 나는 대답한다.
"손을 잡아주는 일이에요."
내가 소방관이 된 후 한 일은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 P18

무엇이든 마무리가 중요한 것 같다. 설거지의 마무리는 물기까지 제거해야 되고, 직장의 마무리는 인수인계와 그럴듯한 사직서이고, 연애의 마무리는 결혼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화재진압활동에서는 작은 불씨 하나를 놓치면 아무것도 안한 것과 같다. - P41

가끔 이송환자 중에 본인의 남편이 의사라느니, 자신이 변호사라느니 하면서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더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는 없다. 아주대학교 이국종 교수가 이야기한 것처럼 ‘구급서비스는 돈 낸 만큼이 아니라 아픈 만큼 제공하여야‘ 한다. - P111

비슷해 보이지만, 소신은 근거나 원칙이 견고하지 않으면 바꿀 수 있는 유연함이 있다는 것이다. 소신은 유연하게 장애물을 뚫고 미래로 나아가지만 고집은 언젠가는 나에게 돌아온다. 과거에 내가 일할 때 우긴 고집들이 오늘의 보호자와 환자에 빙의되어 부메랑처럼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 P170

사람에게 사랑을"
나의 작은 외침을 하나님께서 들어주시어 사람의 마음에 사랑이 자리 잡는다면, 새해가 되는 첫날의 이런 비극은 줄어들 것이다. (생략)
모두에게 조금 더 깊은 사랑이 필요하다. 그 사랑이 세상으로 흐른다면 그것이 평화다. - P201

두 달간 해가 없는 듯이 일했던 것 같다. 떠오르는 해를 보니 기약은 없지만, 우리의 희망도, 건강도 다시 환해질 날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 P215

인간은 로봇이 아니기에 안일함, 가난, 욕심을 버리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안전에 조금 더 관심을 갖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소소한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히어로이다. - P205

전율이 흘렀다. 나는 꽤나 보람찬 직업을 가진 자였다.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그런 직업, 흔치 않다.
김 신부가 나에게 건네준 마지막 가르침은 깊은 울림이 있는, 내가 은퇴할 때까지 가슴 깊이 새겨두고 싶은 말이었다.
"어렵게 도움을 요청하는 자, 그가 바로 예수님이다!"
그날 이후 나는 더욱 진정성 있게 요구조자나 환자를 대하고, 화마와 싸운다. 내가 돕고 있는 사람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 놓인 예수님이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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