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날에는 남해에 갑니다 - 사진작가 산들의 버릇처럼 남해 여행, 2023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이산들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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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져야 할 이유를 굳이 찾지 않더라도 이곳에 있는 동안에는 자연스레 행복한 사람이 된다. 남해는 나를 그렇게 만들어주는 곳이다. 여기저기 많은 곳을 다니는 것도 좋지만, 마음의 고향 같은 여행지, 한 곳을 두는 것만큼 마음이 따뜻해지고 풍요로운 일은 없다. _p73


책을 읽고 나서 문장들과 사진이 정말 예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문장 하나하나 어쩜 그렇게 남해의 풍경을 예쁘게 잘 담아내었는지, 꼭 시를 감상하는 기분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예쁜 풍경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오르면서 당장 남해로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


저자가 사진작가라서 그런지 중간중간 삽입된 사진에도 남해의 예쁜 풍경들을 정말 잘 담아내었는데, 사진만으로도 따스하고 여유로운 남해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았다. 따뜻한 색감이 가득한 사진들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찬 바람이 부는 바깥과는 달리 따뜻한 곳에 와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힐링이 되기도 했다.


처음엔 '어떻게 책 한 권을 전부 남해라는 한 지역으로 다 채울 수가 있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읽다 보면 작가님이 얼마나 남해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음과 동시에 정말 남해의 곳곳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계절별, 마을별로 각각의 매력은 또 어찌나 다양한지 책을 읽고 나서 남해에 살아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도 엄마와 남자친구에게 남해에 살아보고 싶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어쩌면 내가 남해를 가 본 적이 있기 때문에 더 그 느낌이 잘 와닿았던 것 같기도 하다. 생각도 못 했던 남해를 방문하게 되었었는데, 나 역시 남해에서의 시간들이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남해는 그렇게 따뜻하고 여유로운 곳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역시 여행에는 사람이 빠질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회는 맛도 맛이지만 나눠 먹는 맛이라고(p86).', '어쩌면 나에게 필요한 건 적정한 온도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였던 것 같다(p97).' '남해가 유독 아름다운 이유는 남해를 찾아가는 이유가 되어주는 사람들 덕분이다(p274).'라는 문장들을 읽으며 작가님은 남해의 풍경만큼이나 남해 사람들에게도 애정이 가득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책을 읽으며 조금 독특하다고 느꼈던 건 '이 책의 장르는 무엇일까?'였다. 중간중간 여행 정보나 사진 촬영에 대한 꿀팁 등이 있고, 작가님이 사진작가를 하며 느낀 점들도 적혀있어서 여행 서적 같으면서도 가이드북 같기도 하고, 자전적 에세이 같기도 하고. 그래도 이 다양한 내용들이 '남해'라는 뿌리에서 잘 뻗어나가 불편함 없이 잘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윤슬이나 별 사진 찍는 방법 등이 인상적이었고, 나중에 여행을 떠난다면 메모해두었다가 도전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지, 식당, 카페의 정보도 중간중간 적혀있는데,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니라 작가님이 직접 방문해서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들을 함께 적어두어 가게의 분위기를 미리 알 수 있어 좋았고 정보라고 해서 대충 넘기지 않고 재미있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남해라는 지역에 관심이 없더라도, 마음에 편안함을 주고 싶을 때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아마 책을 덮을 때쯤엔 '남해를 꼭 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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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푸른향기 서포터즈로서 책을 지원받아,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로 직접 작성된 포스팅입니다.


서울로 돌아가도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내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또다시 살아갈 힘을 얻고 누군가로부터, 자연으로부터 얻은 에너지로 이전보다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거면 충분하다.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그게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이다. - P53

어쩌면 남해의 풍경과 바다, 그것만큼 오래 기억하고 싶은 건 두 팔 벌려 작은 프레임을 만들던 그 시절의 나일지도 모르겠다. - P64

책장에 꽂힌 책들이 나를 말해주는 것처럼 내가 자주 가는 곳들이 나를 말해주는 듯했다. / 나는 남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 P83

애초에 완벽한 한 장의 사진이 꼭 필요한 것인지를 반문하게 되었다. 이 장소가 나에게 보여주는 건 남해의 풍경뿐만 아니라 욕심내지 않고 사랑하는 것들을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이었다. - P94

삶의 쳇바퀴 속에서 돌고 돌아 결국 다시 남해에 와 있다는 사실에 모든 긴장이 내려앉는다. - P116

어느 계절이 더 예쁘다고 말할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어느 계절에 오더라도 남해는 아름답다는 거야. - P137

봄바람이 일렁이는 남해. 예쁘다, 좋다라는 말로 가득 채워진 하루하루. 한순간 한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아쉬움이라는 감정은 어쩔 수 없다. 그저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덜 남도록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 P214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많아지는 건, 소중하게 여기는 순간들이 많다는 뜻이라고 여긴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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