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3
김이설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얼굴은 어린아이가 감당하기 힘들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얼굴의 반, 오른쪽 얼굴의 거진 전부가 붉은색이었다. 오른쪽 입술과 오른쪽 콧멍울, 오른쪽 눈두덩은 왼쪽에 비해 현저히 돌출되어 더욱 검었고, 오른쪽 귀와 오른쪽 이마는 부숭부숭한 짧고 검은 털로 덮혀 있었다. p38

주인공 선화는 태어날 때부터 화염상모반이라는 병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특히 선화의 잘못은 더욱더 아니었다. 하지만 늘 선화는 또래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으며, 엄마를 제외한 가족들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다. 유독 언니는 그런 선화를 남들보다 더 악마같이 선화를 괴롭혔다. 가족들과 있을 때는 둘도 없는 천사 같은 얼굴을 하며 말이다.

그런 언니가 선화는 무서웠다. 아무도 모르는 언니의 모습을 자신만 알고 있으니 말이다.  

서른다섯 살이 된 선화는 엄마가 좋아했던 꽃가게를 운영 중이다. 물론 가족들과는 인연을 끊은 지 오래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로부터 아빠가 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다녀가라는 연락이 왔다. 선화는 언니의 전화가 반갑지 않다. 아무리 세월이 흘렀다 한들 그 어린 나이에 겪은 아픔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니 찾아뵙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언니와 재회했다.

아빠 유품을 정리하던 언니가 선화에게 말을 걸었다.

"너, 엄마 죽은 날 기억하니?" 

"응. 아주 약간. 엄마의 허연 맨발.... 정도?"

"엄마를 처음 발겨난 건 사실, 나였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내가 사람들한테 네가 엄마를 죽였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그것도 기억해?"

"응. 내 얼굴 때문이었으니까. 지금까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살고 있어. 왜 그 애기까지 꺼내고 그래. 사람 멋쩍게."

나는 담배를 꺼내물었다.

"난 너를 미워하면서 버틸 수 있었는데, 넌 어떻게 버텼니?"

"왜 그래?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엄마가 죽었던 날, 그 방문 앞에, 너한테 쓴 편지가 있었어."

"내 기억엔 없는데?"

"내가 없앴거든"

"왜?"

"나한테는 안 쓰고 너한테만 썼으니까."

언니도 나를 따라 담배를 물었다. 언니는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나는 이제 열두 살의 언니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선화의 언니도 사랑이 필요했었다. 엄마의 사랑이...

선화에겐 가족의 사랑이 필요했다면, 언니에겐 늘 선화에게 뺏긴 엄마의 사랑이 절실했던 것 같다.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한 선화가 미워 질투심에 했던 열두 살 언니의 행동은 분명 잘 못이지만, 한편으론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 나이 때에 받아야 할 가족의 사랑을 어쩌면 둘 다 받지 못하고 자랐으니 말이다.

 

선화도, 언니도 이젠 웃으며 행복했으면 좋겠다. 서로의 어두운 과거는 잊고,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