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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을 만났어 - 2021년 문학나눔 도서 선정 ㅣ 그림책 숲 23
휘민 지음, 최정인 그림 / 브와포레 / 2020년 11월
평점 :
"그림책과 동시집의 만남"
시집은 어른을 위한 언어의 마술책, 동시집은 어린이를 위한 언어의 노래책이란 생각으로 시집을 찾아 읽곤 했어요. 시집엔 인생의 희노애락이 담겨 있고 소설과는 또다른 읽는 재미를 선사하죠. 정제된 언어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이 내포되어 있어 읽다보면 미소가 피어나고 눈물이 새어나오는 경험도 할 수 있죠. 언젠가 우리 아이들도 시집을 읽으며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경험하는 순간이 오면 좋겠다 늘 생각했어요.
이번에 만난 <기린을 만났어> 그림책 동시집은 저의 이런 마음을 충족시켜준 동시집이에요. 총 4부로 나뉘어져 있고 그 안에 자연, 가족, 동물, 친구, 일상 등 우리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소재로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시구가 가득 담겨 있어요. 동심을 일깨워주는 인상적인 표현들이 읽으면 읽을수록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매력이 있어 읽을 때마다 장면을 상상하게 만드네요.

천둥번개치는 요란한 하늘을 가리켜 '으르렁으르렁 목청껏 소리를 내지른다', 먹구름 잔뜩낀 비내리는 하늘을 '검은 물소 떼를 몰고 하늘을 내달리는'으로 표현한 부분이 시를 읽으면서 장면을 연상케 해 상상력을 자극하죠.

쾅!하고 닫힌 문소리에 화들짝 놀란 엄마가 문 살살 닫고 다니라고 잔소리 할 때 내 마음도 쿵!하고 닫힌다는 표현은 아이가 가끔씩 했던 말이라 깜짝 놀랬지요. 이 부분에서 그동안 억울했던 아이의 마음도 확인할 수 있었구요.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시 <배추아줌마>. 이 동시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이자 이 세상 아이를 지켜주고픈 모든 어른들의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일 인분>이란 시도 읽는 재미를 더했지요. 이제는 한뼘 성장해 더 이상 동생과 짜장면 일 인분을 나눠먹지 않아도 된다는게, 그런 상황을 이렇게 짧은 동시로 표현 가능하다는게 신기할 따름이에요.
아주 소소한 일상, 자연환경, 감정 등 모든 것들을 이렇게 언어로 묘사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을 때 함께 읽어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참 매력적인 그림책 동시집이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마지막으로 이 그림책 동시집의 독특한 점은 기존의 책들과는 다르게 목차가 맨 뒤에 있고 페이지가 기재되어 있지 않아 한 점의 화폭에 시를 온전히 다 담아놓은 작품으로 여겨져요.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시와 그림의 어루러짐을 즐길 수 있으니 평생 소장가치 있는 작품집이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솔직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