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 삼대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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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작가가 구상에서 집필까지 30년에 걸쳐 집필한 역작 <철도원 삼대>.

이야기는 공장의 굴뚝에서 농성을 벌이는 이진오라는 인물의 일상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오십대 초반이 될 때까지 이십오년 동안 공장 노동자로 일해온 이진오. 어느날 그의 일터인 공장은 폐쇄되고 다른 회사로 팔려버립니다. 해고자들은 본사가 있는 서울로 올라와 복직 투쟁을 시작하지만 몇몇은 떠나버리고 이진오와 그를 포함한 5명이 핵심인물로 남게 되죠.

 

굴뚝 위에서 그의 일상은 불편함도 어느새 익숙해져버림을 느끼게 됩니다. 해가 뜨고 지는 것으로 시간을 가늠할 정도로 여유로움마저 느껴지다 세상은 바빠 돌아가는데 그의 시간만은 멈춰버린 듯 여겨지는데요. 그러다 문득 자신의 어린 시절 속으로 시점이 옮겨지며 이야기는 전환되요. 그의 아버지 이지산, 할아버지 이일철, 증조할아버지 이백만의 일상으로 거슬러 올라 1900년대의 시대상을 보여줍니다.

 

 

1900년대 일제시대 때 우리나라에 철도가 들어서고 그 과정에서 토지와 인력 등을 몰수당한 서민들의 애환과 고통, 일제의 무자비함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이백만과 이일철, 이지산 역시 그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로 작가는 시대적 배경과 각 인물들의 삶을 녹여내 그 시절 노동자들의 비애를 그려내고 있어요. 이것은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이진오조차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지요. 시대적 배경만 다를 뿐 노동자들의 애환과 설움, 비애,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외롭고 처절한 몸부림, 나를 제외한 세상의 모든 이들의 시선 속에 어느새 저만치 벗어난 듯한 고독감은 작품을 읽다보면 여실히 느낄 수 있답니다.

 

 

"철도는 조선 백성들의 피와 눈물로 만들어졌다."

 

책을 읽다보면 이 문장이 간간이 등장하는데요. 철도는 모진 수모를 겪으며 피와 땀과 눈물로 일궈낸 산물임을 알 수 있어요. 우리의 편리를 위해 이용하는 기차의 탄생 배경에 이런 가슴 아픈 역사가 존재했음을 깨닫고 나니 먹먹함이 몰려왔어요. 작가는 이 책을 집필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네요.

 

"이것은 유년기의 추억이 깃든 내 고향의 이야기이며

동시대 노동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이 소설을 한국문학의 비워진 부분에 채워넣으면서

한국 노동자들에게 헌정하려 한다."

 

지금도 노동의 현장에서 묵묵히 견뎌내는 노동자들과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답니다. 그리고 그들의 처절한 몸부림, 절규를 애써 외면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오랜 시간 작품이 완성하기까지, 그리고 이 작품을 세상에 내놓으신 작가님께도 감사함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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