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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노벨레 ㅣ 문지 스펙트럼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백종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5월
평점 :
"감추어진 욕망,
거의 예상치 못했던 욕망,
가장 명징하고 가장 순수한 영혼의 한가운데에 있어도
위험천만한 돌개바람에 휘말릴 수 있는 눈먼 욕망"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사랑해서 결혼을 한다.
둘은 사랑의 결실로 자식을 낳아 기르고 남편은 의사로서 아내는 가정의 살림과 육아를 도맡는 주부로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화목하고도 이상적인 가정을 꾸려나간다. 이 책의 주인공 프리돌린과 알베르티네의 이야기다.
<꿈의 노벨레>의 저자 아르투어 슈니츨러는 이 작품에서 결혼한 두 남녀의 숨겨진 욕망과 무의식 세계에서 펼쳐지는 그들만의 은밀한 이야기를 가감없이 선보인다. 어느 날 부부는 빈 왈츠의 가면 무도회에 참석했다가 환상이 깨진 자리에서 집으로 돌아와 서로를 상대로 감춰진 비밀스러운 욕망에 대해 파헤치면서 조금씩 드러나는 자신만의 무의식 세계를 드러내는 순간 상대를 조롱하고 배신하다 복수한다.
먼저 아내인 알베르티네가 자신의 꿈 이야기를 꺼낸다. 자신의 꿈속에서 어떤 남성에게 반해 그를 의식하게 되고 그 남자가 함께 떠나자고 하면 자식과 남편도 버리고 떠날 수 있었을거라고, 하지만 그 남성은 그녀에게 그런 여지조차 주지 않아 아쉬웠다는 내용이다. 솔직히 읽으면서 왜 이런 이야기를 남편에게 하는지 이해가 안가긴 했지만 이 꿈이야기를 들은 프리돌린은 비록 꿈이었지만 묘한 배신감을 느낀다.
이후 프리돌린은 궁중 고문관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왕진을 하러 밤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외출을 하게 된다. 그 후로 그는 고문관의 딸, 길거리의 창녀, 대학동기였던 나흐티갈이라는 피아니스트를 만나게 되고 나흐티갈을 따라 아주 비밀스럽고 은밀한 모임에 침입하게 되는데...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프리돌린이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그가 만난 여성들과 그녀들을 향한 마음을 그의 내적독백을 빌려 알 수 없는 감정들 즉, 분노, 절규, 두려움, 쓸데없는 기사도 정신 등을 표현하고 있다. 그 여인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감정들 끝에는 자신의 아내 알베르티네가 있었다.
사실 이 책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불륜이 아닌 한 인간의 무의식의 세계는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기에, 그 속에서만큼은 누구나 자신이 꿈꾸는 이성에 대한 강한 욕망을 드러낼 수 있고 애써 감출 필요도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읽으면서 안타까웠던건 왜 굳이 솔직함을 가장하여 자신들의 비밀스러운 꿈 얘기를 발설해 서로에게 의심 아닌 의심과 배신감, 적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고스란히 드러내는가였다.

물론 우리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의 양면성 즉, 순수한듯 보이지만 누구나 이런 내적 욕망을 꿈꾸고, 감추고 그것에 휘말릴 수 있음을 알게 되었지만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불필요한 진실을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프리돌린의 행태를 보면서 최근 흥행한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이태오가 생각났다. "사랑에 빠진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참으로 뻔뻔함에 치를 떨게 만든 그 대사도.
이 책의 저자인 슈니츨러 역시 젊은 시절 여성 편력이 심했다고 한다. 자신의 인생을 주인공에 그대로 투영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주인공 프리돌린의 내적 독백은 너무나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서술 묘사가 압권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또 하나의 거장을 만난 듯 하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문학으로 읽어보는 기회이면서 19세기 말의 오스트리아 빈의 적나라한 모습 또한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