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소나기 은빛 구름
박종원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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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게 전부는 아냐."

 

이 문장은 초입부터 글을 읽어내려가는 독자들에게 의문점을 남긴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는 뭔가 진실이 은폐되거나 왜곡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말이다. 주인공 김성빈의 아내가 자살했다. 예기치 못한 불행한 사고는 그를 두번 덮쳐온다. 딸의 죽음과 아내의 자살.

 

제목만 읽고 로맨틱 스릴러 장편소설이란 장르와 상반된 제목이 주는 아름답고 몽글몽글한 느낌을 상상했다간 큰코다친다. 초입부터 주인공 아내의 '자살'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가 진행된다. 성빈은 아내의 죽음에 의문을 가진다. 딸의 죽음으로 죄책감에 힘겨워하고 신경불안 증세는 보였지만 자살할 정도는 아니었다. 적어도 그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어쩌면 그렇게 보이도록 한 것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염장이가 손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표정을 보니 무엇인가 꼭 전할 말이 있는 것 같아. 이승에서 어떻게든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거지."

죽은자의 아득하고 무덤덤한 시선이었다.

 

이제야 염장이가 성빈을 일견하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은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었다.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하나였다.

'나는 사실만 말해. 진실은 네가 알아봐.'

 

아내는 성빈이 마땅히 해야 할 숙제, 할 수밖에 없는 과제를 남겼다. 아내는 작가 지망생이었고 그녀의 미완성된 유작을 단행본으로 완성하고픈 성빈은 아내가 수집한 정보와 자료를 분석하고 딸과 아내의 죽음에 대한 연관성이나 관련성을 확인하려 한다. 빙그레 카바레가 등장하고 어떤 장소이며 무엇을 하는지 확인하기로 한다.

 

이후 그는 춤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고 익명으로 활동하는 춤꾼들과 교류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는 다양한 춤꾼들, 꽃뱀, 제비 등이 등장하고, 이들의 사랑과 범죄, 춤이 인생에 주는 의미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쥐락펴락하며 때로는 혼란을 때로는 스펙타클한 영화처럼 결말을 향해 몰고 간다.

 

'춤의 세계'가 생소한 이들에게조차 낯설지 않게 이 작품의 내용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건 작가의 촘촘하고 탄탄한 배경지식과 다양한 인물들의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대략 600여 페이지가 될 만큼의 방대한 양으로 풀어놓았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제목이 왜 <황금빛 소나기 은빛 구름>인지 내용을 읽고나면 이해하게 될 것이다. 굉장히 많은 공을 들여 쓰여진 작품임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스릴러 영화를 나눠서 끊었다 보기를 반복하면 맥이 끊기듯이 여러번에 걸쳐서 읽으면 인물들의 감정선과 몰입도, 흡입력을 해칠 수 있기에 되도록이면 한번에 읽어나가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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