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無言의 약속

100년이 지나면
이시이 무쓰미 지음, 아베 히로시 그림, 엄혜숙 옮김 / 살림 / 2020년 3월

지그시 서로를 마주보는 모습이 아름답다.

책 표지가 제목을 다 표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처로운 듯, 다정한 듯 눈을 떼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넓은 초원에 홀로 남은 사자.

먹을 것이 없어 풀과 벌레만 먹고 산다.

더는 고기 생각도 나지 않는다.

맹수로서의 본능을 잃어버린 사자.

어느 날 새 한 마리가 초원에 내려앉는다.

작은 몸. 너덜너덜한 날개.

사자는 새를 안심시킨다.

마치 너만은 내곁에 있어달라 애원하듯이.

그날부터 둘은 함께 한다.

마치 처음부터 서로가 서로를 위해 존재했다는 듯이..

그러던 어느 날 새는 사자에게 이별을 고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사자는 엉엉 울고만다.

그런 사자에게 새는 나지막히 말한다.

또 만날 수 있어.

언제? 응? 언제?

으음, 그래, 100년이 지나면.

영원히 잠든 새를 가만히 가슴에 안고서

그저 하나만을 생각하는 사자.

100년은 얼마쯤일까?

1년, 2년, 10년... 어느덧 100년.

사자는 암벽에 붙은 조개가 되고

새는 바다의 작은 파도가 되었다.

또 100년이 지났다.

사자는 할머니가 되고 새는 그녀의 창가에 놓인 한 송이의 개양귀비가 되었다.

세월이 흐르고 또 흘러도 둘은 같은 장소 다른 모습으로

계속해서 서로를 향해 다가간다.

10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이 책을 읽으면서 <시절인연>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이 생에 만난 나의 연인, 나의 부모, 나의 가족, 나의 자식.

모두가 나에겐 시절인연으로 다가온 사람들..

당신에게 시절인연처럼 다가온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이 책은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성장동화다.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눈시울부터 붉어질

가슴 따뜻한 아름다운 이야기.

당신 자신에게도

당신의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도

마음을 담아 선물하고 싶다면

나는 이 책을 건네주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