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파워 - 나와 세상을 구하는 경제학의 힘
마크 스쿠젠 지음, 안진환 옮김, 김인철 / 크레듀(credu)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아시아의 경제 기적이 상당부분 부풀려졌다며 평가절하했다. 그는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은 스탈린도 부러워할만한 자원 동원력을 통해 성장했다"며 "결국 러시아처럼 한계를 드러내고 하강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투자전문가인 저자는 이 같은 주장에 반기를 든다. 그는 책에서 "소련은 중앙통제 경제 체제를 갖추고 있는데 반해 아시아 국가들은 비교적 자유로운 경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오히려 미국이 아시아 경제 모델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싱가포르의 예를 든다. 1965년 영국에서 독립할 당시만 해도 부정부패로 얼룩진 가난한 소국 싱가포르가 불과 반세기만에 세계 4위의 실질소득을 자랑하는 국가가 됐다는 것. 그는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정책을 높이 평가했다. 치안, 교육 등을 강화하고 자유 무역을 장려한 점이 주효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의 고속 성장 원인으로 ▦ 시장친화적 정책 ▦ 소비지출억제 및 저축투자장려 등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저자는 '정부의 규제를 없애고 시장에 맡겨라'는 시카고 학파 경제학자들과 맥을 함께 한다. 책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틀에서 바라보는 일상경제와 사회정책의 해법을 총망라하고 있다. 국민의료보험은 정부가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 대신 환자의 부담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한다. 미국에서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라식 수술과 성형 수술은 경쟁의 효과에 의해 점점 기술이 좋아지고 비용이 싸지는 데 비해 다른 의료 서비스는 가격만 상승할 뿐 질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교육 정책 역시 사교육을 억제해선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학생들에게 국공립학교 대신 다양한 형태의 사립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학교 선택권 제도가 도입된 네덜란드에서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고 학생들이 국제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큰 정부를 지향하는 케인스 학파의 경제 이론을 일일이 반박하기도 한다. 고등학교 경제학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지니 계수와 관련해서는 오류 투성이라고 말한다. 그는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 계수가 완전 평등 상태가 된다는 건 교사, 변호사, 배관공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모두 동일한 소득을 갖게 된다는 말"이라며 "모든 사람의 수입이 동등한 사회를 이상적으로 여기는 경제학자가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시장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사례로 사용되는 지니 계수는 전반적인 삶의 질 개선은 반영하지 못한 채 단지 소득 분배수준만 드러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가장 큰 의문. 미국식 신자유주의 경제가 세계 경제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평가 받는 이 시점에 과연 그의 주장이 온당한 걸까? 저자가 집필할 당시 미국발 금융위기는 초기 단계였던 탓에 여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은 담겨 있지 않다. 다만 저자는 미국 경제의 위기를 '수요가 공급을 낳는다'는 케인스 망령 때문이라고 보는 듯하다. 저자는 "(부시 정부처럼) 소비 지출을 단기적으로 촉진하면 생산이 일견 증가하는 듯 보이지만 곧 과소비의 여파로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며 "저축과 투자를 장려하며 수요보다 공급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들어선 시애틀을 사례로 든다. 마이크르소프트가 번창하면서 시애틀 경제가 호황이 됐고 소비지출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책은 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여졌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시장주의 경제학자들의 이론과 정책 제안을 쉽게 풀이한 교과서로 손색이 없다.

-2008. 10. 17.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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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파워 - 나와 세상을 구하는 경제학의 힘
마크 스쿠젠 지음, 안진환 옮김, 김인철 / 크레듀(credu)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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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와 세상을 구하는 경제학의 힘!

이코노 파워

마크 스쿠젠 지음│324쪽│14,000원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온 나라가 혼란스럽다. 아침마다 신문에 새로운 악재가 등장하고 경제대국 미국은 정부까지 나서는 통에 사람들의 불안감은 ‘제2의 IMF’를 넘어서 ‘제 2의 경제대공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과장된 걱정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반 토막 난 주식과 펀드 수익률, 급락하는 부동산 시세, 솟구쳐 오르는 소비자 물가 등 사람들의 막연한 위기감과 걱정은 지금 풍선처럼 계속 부풀어 오르고 있다.

 얼마 전 한 일간지 칼럼에 “그 많던 경제학자는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칼럼의 주요 골자는 “전문가라면 깜깜한 밤길 걷는 국민의 발밑을 밝혀줘야 한다”로, 지금처럼 해답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경제 전문가의 뼈 있는 한마디가 절실하기에 묵묵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경제학자들에게 서운함을 느낀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의 경우, 현대 경제학자들은 일찍이 상아탑에서 내려와 세계 경제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뛰어들었다. 그들은 개인 및 국가경제는 물론이고 교육, 환경, 종교 문제까지 맹렬하게 파고들었으며, 경제학 논리에 입각한 그들 고유의 해결책은 뜨거운 논란과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의 저명한 재정경제학자인 마크 스쿠젠의 신작 《이코노파워》에는 경제학자들의 노력이 가져온 ‘세상의 변화’가 잘 그려져 있다.

 세상에 산적한 문제를 풀어가는 《이코노파워》 속 경제학자들의 방식은 철저하게 자유주의 경제학에 기초한다. ‘우리는 규제를 철폐하고, 민영화를 추진하며, 세금을 줄이고, 국경을 개방하고, 물가를 통제하고, 예산 균형을 맞추고, 헌법에 의거한 정부의 권한에 제한을 가해야 한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경제자유주의에 대해 가르치고, 쓰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이 시대의 자유가 될 것이다.’(본문 중에서) 

 혹자는 현재 미국발(發) 금융 위기가 몰고 온 세계 경제의 위기 상황을 ‘시장 중심 자유주의 의 종언’에 다름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자유주의에 기초한 자본주의 시장이 불러온 위기라기보다 시장 기능에 대한 신뢰도의 붕괴, 정부의 잘못된 행태와 정책 실패, 크고 작은 불공정 행위 등이 누적된 총체적인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는 누군가의 잘잘못과 책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이 상황을 무엇으로 어떻게 돌파하느냐는 보다 생산적인 논의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 때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경제학적 통찰력과 자기 원칙이다.

《이코노파워》의 가장 큰 매력은 우리 피부에 가장 가깝게 와 닿는 현실 경제와 사회문제를 통찰하는 혜안을 길러준다는 데 있다. 이를 해결하는 ‘용감한 경제학자들’의 실제 성공담 또한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경제학자들이 추상적인 학술 논문이나 책을 발표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기업 경영이나 컨설팅, 정부 관료 활동 등을 택함으로써 자신들의 이론을 현실 세계에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유주의 경제학의 아버지 밀턴 프리드먼, 행동경제학의 대가 리처드 탈러, 포트폴리오 이론을 확립시킨 버튼 말키엘, 세계 최초로 연금 민영화를 통해 개혁에 성공한 칠레의 호세 피네라, 경제학의 눈으로 사회 문제에 접근한 게리 베커 등 기라성 같은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혼돈과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경제학의 큰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이코노파워》를 읽다 보면 경제학의 학문적 재미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학의 학문적인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내 주변에 있는 일상의 문제들을 경제학의 시선으로 해결하는 색다른 경험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나쁜 사마리아 인들》, 《촌놈들의 제국주의》,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이코노파워》의 새로운 내레이션이 낯설 수도 있다. 그러나 답답한 경제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이 책이 들려주는 명쾌한 경제방정식은 엉킨 실타래를 푸는 또 하나의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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