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주식회사 독재정치 - 세계를 주무르려는 자들의 네트워크
앤 애플바움 지음, 현대정치연구회 옮김 / 책과함께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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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명성을 믿고 구입했지만 크게 실망. 일례로 서문에서 *Autocracy, Inc.*라는, 원서 제목이기도 한 신조어를 거창하게 던져놓지만 정작 문제의식은 뭉툭하고 참신하지도 않다. 본문 대부분은 20~21세기 권위주의 정권 간 외교관계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단편적으로 나열하는 데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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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2026-08-15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덧: 핵심 문제의식이 선명하지 않으니 책의 화력도 여기저기 분산되고, 읽다 보면 무엇을 주된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는지 종잡기 어렵다. 예컨대 변호사와 은행가를 비롯한 서방의 전문가들이 권위주의 정권의 자산 은닉과 권력 강화에 일조했다고 비판하지만, 정작 이들이 어떻게 서방의 금융·법률 시스템과 권위주의 정권을 연결하는지에 대한 구조적 분석은 부족하다. 결국 권위주의 정권 자체를 분석하려는 책인지, 아니면 이를 가능하게 하는 서방의 제도와 이해관계를 분석하려는 책인지 초점이 흐릿하다. 전자라면 이미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있고, 후자가 조금 더 참신한 주제였을테다.

따라서 내가 기대했던 건 구체적으로 독재정권이 자본주의 사회의 규제적 취약성을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한 분석이었다. 가령 런던은 어떻게 올리가르히들의 천국이 되었는지, 서방 선진국들은 왜 이를 방조했는지, 조세피난처는 선진국 수퍼리치들의 이해에도 부합하기 때문에 독재자들 역시 활용할 수 있는 loophole로 계속 남아 있는지 같은 문제들이다. 지정학적으로도 사우디나 터키 같은 국가들이 서구와 권위주의 진영 사이에서 어떻게 줄타기를 하며 양쪽의 허점을 이용하는지 등을 깊이 파고들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와 국제금융 시스템의 제도적 맹점이 권위주의 정권의 생존과 확장을 어떻게 방치하거나 오히려 강화하는지까지 분석했다면 훨씬 읽을 만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