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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치게 하는 정원이지만, 괜찮아
윌리엄 알렉산더 지음, 황정하 옮김 / 바다출판사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재미있는 표지와 호쾌한 제목, 거기에
주말농장 8년차 농부인 아빠 생각이 나서 골랐는데 집에 오는 길에 술술 읽어버렸다.
8년차래도 아빠는 매년 실수만 거듭한다.
기껏 씨뿌린 상추, 뽑는 타이밍 놓치면 억새져 씹는 맛은 버걱거리고
욕심껏 심은 고추밭도 며칠 일손을 빼먹으면 맛이 무른다.
그 생활이 뭐가 좋다고 농장일에 매달리나..하는 나로서는
제3자의 경쾌한 정원일기가 평소 못들었던 아빠의 속내를 듣는 듯 반갑고 우습기만 하다.
집앞 정원을 꾸미겠다는 소박한 꿈으로 시작한 일, (ㅡ그치만 정원예정지는 늪지대에 돌밭이었다,)
무농약 정원을 사수하려는 고군분투, (ㅡ 병충해가 뜸하면 울타리 너머 사슴까지 괴롭힌다.)
유기농 사과를 재배하겠다는 사명감, (ㅡ 한마디로 말해 환상에 불과했거늘...)
푸르른 잔디밭을 지향한 어리석음, (ㅡ 잔디는 잡초에 다름아니다!)
이 모든 에피소드는 자조적 해학 없이는 엮어낼 수 없었을 생활의 기록, 그 단백함에 청량감을 느낀다.
저자는 말한다, 정원을 가꾸는 대신 사과 한 알을 사먹는 편이 훨씬 싸게 먹혔을 거라고. 푸훗, 공감..
그리고 유기농 야채를 사먹는 이 도시민은 씁쓸하다. 너무 순진했다.
아니 오히려 통쾌한가? 솔직한 농장기가 환경에 대한 외눈박이 시선에 균형감각을 준 듯하다.
몸소 체험하고, 그게 자연과의 투쟁이 되고, 결국은 자연의 생리를 수긍한 자연 에세이.
오랜만에 건강한 심신을 만났다. 즐거운 책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