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한 다스 지식여행자 1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마디로 읽는 내내 통쾌했다. 요즘은 번역가, 통역가라면 흔한 직업이 됐지만,

요네하라 상에게는 문화의 쌍방 교류를 주도하는, 뭐랄까 범세계적 스케일이 느껴진다.

일본이라는 작은 섬나라에서 태어났지만, 언제나 러시아라는 거대한 대륙을 가늠하며 살았던 탓일까,

아님 '쇠퇴하는 사회주의'라는 이념을

강약의 양면 모두 경험한 사회주의자의 시선이 그런 중립적 시선을 낳았을까?

주도권을 쥐지 못하면 이단으로 폄하한 문화사의 편견에 대해

요네하라 상은 조근조근하고도 위트 넘치게 풀어내고 있다.

일본이 강자의 편에 섰던 잔혹한 전쟁사에 대한 시선도 마찬가지다.

독일행 비행기에서 우연히 중년의 조선족 남성을 만난 에피소드는 인상적이다.

도착할 나라와 한반도의 운명이 같네요, 라고 동정을 표한 저자에게

중년의 남성은 흥분한 목소리로 반박한다. 독일은 그 역사에 책임이 있지만 한반도는 아니라고.

그 감정의 충돌을 통해 요네하라 상은 다시금 강자의 역사가 아닌 약자의 역사를 인식한다.

북한-한국의 분단이 없었다면 일본의 분단이 있었을 것이라는 냉철한 판단과 함께.

온 세계를 다니며 저자가 경험한 일들은 단편적인 추억이 아닌 범지구적 탐색의 경로가 되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마녀적 가치관 덕분에.

아마도 요네하라 상은 마녀의 한 다스에서 열세번째 연필을 깎아 이 글을 섰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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