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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인
프랑수아 플라스 글 그림, 윤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벽두에는 몇몇 막연한 포부와 한가지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그 구체적인 목표라는 것이 '물을 아껴쓰자. 여력이 되면 전기도 좀 아껴보자'였다. / 요게 생각보다 어렵다. 세수할 때 대야에 물을 담아 쓰기만 하면 되는 건데. 변명이라면, 어릴 적부터 쓰고 버리는 물만큼 깨끗한 물도 많이 버리면 좋다고 믿었었었더라는 거다. 선생님이 자연의 놀라운 자생능력, 물의 자정작용에 대해 얘기해 줄 때, 나는 남몰래 시키지도 않은 Feel을 꽂았다.
오수汚水는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한 인간의 치부다. 언제 인간이 적당히 만족하는 법을 알았던가. 몇몇 인간들만 비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맹렬한 욕구의 근원은 사실 소소한 호기심에서 시작하며, 인간에게는 (재앙을 겪고 있을지도 모르는)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은 없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발전과 파괴는 함께였고 나 또한 '발전과 파괴'의 선동이자 피해자이다. 게다가 나의 파괴력이란 물을 멋대로 쓴다든지, 음식을 남긴다든지 하는 식이라 제대로된 명분조차 모른다. 내가 어떻게 '침묵을 지키지 못한' 루트모어를 탓할 수 있을까...
표.정.관.리. - 인간세人間世 한세상, 표정관리는 처세술 1순위다. 인간만 '말 못하는 피부'가 되지 않으면 안되는줄 알았더니 자연이 이토록 갈가먹히는 건 '말하는 피부'를 숨기지 못해서였다. 언젠가 자연이 정말 처세술을 익히게 되면 그땐 어떻게 해야하나... 인간의 호기심에서 안전하려면 자연은 제대로 흉물스러워야할테니 그땐 인간이 위로받을 수 있는 구석은 어디에도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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