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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가설화문학
홍기삼 / 민음사 / 1997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이 책을 한학기동안 품고 지냈다. 사실은 친구랑 둘이서 강의를 준비한다는 명목하에 여름부터 끼고 다녔더랬다, 읽다가 졸리면 무더운 여름을 탓해가면서. 암호처럼 들쑥날쑥 메시지를 줬다 뺐었다, 아직도 우리를 희롱하는 향가를 적절히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도대체 뭐란 말인가. 향가에서 해독되지 않는 다만 몇글자는 그냥 몇 글자만큼의 공란이 아니라, 전체 해석의 진위 여부를 결정할만큼 깊은 동굴이다. 그리고 고전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진땀을 뺀다.
저자는 현대문학 전공자로써 과감하게 문학 평론가다운 해석을 시도했다. 고작 25수, 희소가치와 영문모를 암호식 표기 덕분에 온갖 억측에 시달려온 향가를, 설화 안에 담긴 노래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어떤 향가도 단독으로 전해지는 것은 없다. 각각의 설화가 배경이 되고 있다.) 향가는 때로는 주제가이지만 때로는 이야기 속에 삽입된 또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는 셈이다. 이 책에서는 설화와 향가 사이의 끈끈한 유기성, 그리고 설화 탐구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역사적 허와 실을 가려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혹시해서.. 이 책에서는 삼국유사의 향가 14수만 다루고 있습니다. 혹 균여전의 향가 관련 전공서적을 찾으시는 거라면, 일연과 눈인사나 하고 가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