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그때의 그 기억 그대로 이어질지 꽤 기대하면서 읽었다.
"우리 떠나요." 나는 어느 칠월 오후에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 너하고 나? 우리가 어디로 가는 건가요, 폴 도련님? 가진 것들을 빨간 점박이 수건에 싸서 작대기에 걸어놓기는 했나요?"
내가 진지하게 나가는 것을 그녀가 허락할 리 없다는 걸 알랐어야 했는데.


몇년전 읽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기억에 너무나 좋게 남았던지라 이번 책은 어떨지,
이 책은 올 아홉살의 대학생 폴이 여름방학을 맞이해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엄마의 권유로 사교장의 하나인 테니스클럽에 가게 되고 거기서 수전 매클라우드를 만난다.
주인공 폴보다 나이는 배 이상 먹었고, 폴 또래의 딸이 있는 여성이지만 폴에게는 훌륭한 테니스 파트너이다.
처음에는 파트너로 관심을 갖었겠지만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에게 빠져들게 되고 결국 그녀와 사랑의 도피를 하게 된다.

행복한 기억와 불행한 기억 가운데 어느 게 더 진실할까?

이야기는 총 세파트인데, 첫번째는 폴과 수전이 사랑에 빠지고 도피하기 전까지를 꽤 심도 있게,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어쩜 나이차이가 나는데도 저리 자연스러울지,
정말 둘 밖에 보이지 않을지, 어떻게 보면 수전이 내 또래이기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전이 언니이지만 ㅋㅋㅋ)
그런 사랑이 가능할지 읽는 내내 생각해봤지만 난 현실주의자인지.....
소설이니까 가능하지란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암튼 사랑을 위해 떠났지만 그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우울증과 술에 의존하게 되는 수전과 이런 수전과 함께 하는 것이 과연 행복인지 고통인지 그 중간에서 고민하는 폴.. 그리고 시간이 흘러 사랑, 연애를 기억하는 폴의 모습...

마지막 수전의 모습이 초라하지 않아서 좋았다.
폴의 마무리가 어떻게 보면 깔끔해서 좋았다.
하지만 그  뒤로 남은 기억은 과연 어떨지. 두 사람은 서로를 어떻게 기억할지.....
읽는 내내 아니 읽으면서도 꽤 여운이 남는 책이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꽤 매끄럽게 읽히지 않지만 어느순간 폴의 감정에 이입하고 만다.

그렇게 사랑했던 여인에게 무심해지는 모습에 이것이 과연 사랑인지, 사랑이었을지 고민하게 한다.
기억 너머에 또다른 기억이 있듯이. 혹시 폴이 기억하고 싶은 모습으로만 묘사된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꽤 매끄럽게 읽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샌가 폴의 감정을 따라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아마도 여름에 이 책이 나왔으면 그냥 지나쳤을텐데 가을이라서 그런가 더 훅 하고 들어온 듯하다.

생각했던 것처럼 확~! 재미있어라기 보다는 그냥 그들의 감정선의 변화가 궁금해서,
때론 격렬했던 사랑의 시작과 끝에 대해서 담담하게 이야기하는것에

나도 모르게 끌리듯이 읽는다고 할까?
그렇기에 요즘처럼 선선해진 가을에 딱 읽기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다시 읽고싶어지는 건 왜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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