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컨슈머 -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
J. B. 매키넌 지음, 김하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서 나는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가 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일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카테고리 상으로 사회이론/사상에 해당하는 도서인데다,

번역서라서 내용이 쉽게 읽히지는 않았지만 '소비'에 대해 깊게 숙고할 수 있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최근 몇년간 우리가 경험한 코로나 펜데믹이 세상의 소비를 멈추는 현실을 통해서 설명한다.

하긴, 코로나시대를 살면서 단 한번도 소비를 위해 외출하는 것이 강제로 차단된 적이 있었던가.

소비를 하고 싶어도 가게가 문을 닫고,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으니 오프라인으로 쇼핑을 '즐기는 것'이 어려워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소비가 '불가한' 상황을 경험하면서 디컨슈머에 대한 경험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부분은 직접 그 시기를 경험해 온 나에게는 약간의 반론할 것들이 많다.. 

일종의 보복소비와 많은 배달주문비용 등

어쨌든 우리는 펜데믹을 통해 소비하고 싶어도 소비할 수 없는 상황을 경험했고,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많은 고민과 선택을 해야 했다는 점에서 '소비'에 대한 재고는 분명 필요하다.

또한 저자는 소비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과 변화에 대해 설명한다.

단순하게 보면 '소비'를 긍정적으로 볼 것이냐, 부정적으로 볼 것이냐에 대한 논의

혹은 '소비'를 지향할 대상으로 볼 것인가, 지양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소비하지 않을수도 없고, 소비하지 않으면 경제가 잘 돌지 않으니 필요하기도 하지만

과소비의 우려가 있으므로 과도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것이니 

'필요악'으로 보아야 하는것은 아닌가.

흥미로웠던 사례는 9.11테러 이후 소비를 촉진하는 발언을 했던 부시의 연설로부터

세계지도자들이 나서서 소비를 노골적으로 말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든 점이다.

즉, 소비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을 불어넣은 것이다.

목차를 통해 알 수 있듯, 이책은 크게 네 개의 테마로 구성되어있다.


첫 챕터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빛(조명)과 소비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었다.

"소비경제가 하락하면 빛도 어두워진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우리가 평범한 일상을 보낸 후, 주말, 휴일을 제외하고는 학교 일과시간 혹은 근무시간 이후가 되어야 비로소

우리는 적어도 오프라인에서 직접 소비할 수 있다.

즉, 저녁시간에 얼마나 빛을 쓸수 있느냐가 소비의 양에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소비에서 좀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면, 조명을 줄이는게 실용적인 대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GDP의 함정'이라는 부제 처럼 GDP에 대한 사상적 고찰이 무척 재미있었다.

국내총생산이라고 하는 쿠즈네츠 척도가 반영하지 못하는 것들(가정주부의 무보수 노동 등)을 

생각하면 과연 GDP가 국가의 상태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척도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경제에 대해 잘 모르지만, GDP가 절대적인 척도라고 믿었던 입장에선 꽤 신선하고 충격적인 내용이다.

그 외 두번째 챕터에서는 '물질주의'의 폐해 

즉 물질주의가 우리를 결국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에 대한 내용과

이에 대항하는 '비물질주의자'들의 '디컨슈머 문화' 대한 사례들이 제시된다.


소비라 느끼지 않고 무언가를 소비하게 되는 방식은

세가지 C : 편안함(comfort), 청결함(cleanliness), 편리함(convenience)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의식하지 못하는 비과시적 소비'라는 개념도 무척 새롭고,

나 역시 의식하는 소비만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또한 에어컨에 관한 사례는 언젠가 아버지와 했던 대화를 떠올리게 했다.

"에어컨을 키면 춥고, 끄면 너무 덥네요."

"우리가 네 나이때는 이것보다 더 더웠어도 에어컨 없이, 네비게이션 같은것도 없이 살았는데..."

지금은 에어컨을 돌리는 비용이 비싸다, 에어컨을 통해 배출되는 가스가 온난화의 주범이다 라고는 하지만 이것을 소비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마지막 장에서는 소비로부터 간소해지는 삶.

한동안, 아니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고있는 미니멀리즘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미니멀리즘은 이제 꽤 당연한, 라이프스타일의 하나이기에 

충분히 디컨슈머와 접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소비의 종말은 야생의 새로운 여명이다.'라는 말 처럼,

환경적 차원에서 조금더 디컨슈머적인 발상을 가져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를 멈추는 것이 우리에게 더 나은 삶과 풍족한 관계를 가져다준다는 명제를

저자가 어떤 근거를 들어 증명해내는지 따라가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덜 buy 할수록 더 live할수있다.

혹은 덜 buy(소비)할수록, 더 Gain(얻을)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내년에는 디컨슈머가 되어 나와 내 가족의 삶이 좀더 풍족해지기를 기대한다.



#디컨슈머 #DECONSUMER #문학동네 #J.B매키넌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