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외국 소설을 많이 접한터라, 아무리 좋은 번역의 책을 읽더라도 소위 말하는 '번역체'에 익숙해지고 만다. 이문구의 <관촌수필>이나 김주영의 <객주>처럼 구수하고 국수발이 입에 후루룩 말려가듯 읽어내릴수 있는, 정겹고 신명나는 우리나라 특유의 문체를 접한 지도 오래되었다. 채만식의 <태평천하>... 소위 한국근대명작이라 하면 괜히 공부와 연관시켜 접근하기 싫었던 나에게는 '한국근대명작'이 괜히 명작이 아니구나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 신명나는 판소리 문체와 풍자정신이란! 특히나 문체에 흠뻑 빠져들고 만다!
<광기와 우연의 역사 2>는 휴머니스트에서 발간된 슈테판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의 후속작이 절대 아니다! 슈태판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의 구판이 발간될때 함께 나온 책인데, 사실은 저자도 슈테판 츠바이크가 아닌 귀도 크노프인데다가, 주제 또한 제목과 어울림직하지 않다. 하지만 세상을 속인 역사적인 사진과 그 이면의 모습을 살핀다는게 워낙 흥미로운게 아니다. 10년이 다되가는 책이지만, 아직도 판매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귀도 크노프의 이 책은 머지않아 다른 출판사에서, 멋진 디자인과 새로운 제목으로 만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