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충만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과연 이 세상에 충만한 삶을 사는 사람이 존재할까?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오바라 가즈히로는 앞선 세대에 비해 물질적으로 부족함 없이 사는 편인 '욕망하지 않는 세대'는 긍정적인 인간관계와 의미와 몰입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고 이야기한다.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 훨씬 더 사치스러워졌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욕망 없는 세대의 충만함은 무엇으로 채워질 수 있을까 잠시 상상해 보았다.
충만함은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단어에 연결되어 나티코 스님의 말씀도 떠오르게 만들었다. 자꾸 채워졌으면 하는 공간은 늘 허전하게 만들어 차라리 알아차림(awareness)이 더 좋다고 이야기하셨다. 미처 의식하지 못하던 내 주변의 것들을 하나씩 알아차리다 보면, 더욱 나를 채우고 비울 수 있음을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들을 통해 점점 나다워질 것이다.
<비우고, 다시 채우고>의 글을 읽을 때마다 활자들이 내 마음으로 스며들었다. 최근 브런치북으로 완성한 연대육아 이야기를 쓰면서 나의 지난날을 비워냈다고 생각했기에, 여러 생각들과 함께 감성이 뒤엉켜 더욱 사무쳤던 것 같다. 비우고 다시 나를 채워내는 과정이 결코 단순하지 않음도 실감했다. 우리의 관계도 그랬다. 이리 뭉치고 저리 뭉치며 온 가족이 열심히 살아내며 서로를 채워주고 있다가도, 각자의 위치를 존중해 주기 위해서 비워주어야 하는 시간도 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