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고, 다시 채우고 - 삶이 어엿함을 잃지 않도록 내 속에 말을 담고, 내 안의 생각을 비워내다
이가경 지음 / 북스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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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 ‘충만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과연 이 세상에 충만한 삶을 사는 사람이 존재할까?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오바라 가즈히로는 앞선 세대에 비해 물질적으로 부족함 없이 사는 편인 '욕망하지 않는 세대'는 긍정적인 인간관계와 의미와 몰입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고 이야기한다.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 훨씬 더 사치스러워졌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욕망 없는 세대의 충만함은 무엇으로 채워질 수 있을까 잠시 상상해 보았다.

충만함은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단어에 연결되어 나티코 스님의 말씀도 떠오르게 만들었다. 자꾸 채워졌으면 하는 공간은 늘 허전하게 만들어 차라리 알아차림(awareness)이 더 좋다고 이야기하셨다. 미처 의식하지 못하던 내 주변의 것들을 하나씩 알아차리다 보면, 더욱 나를 채우고 비울 수 있음을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들을 통해 점점 나다워질 것이다.

<비우고, 다시 채우고>의 글을 읽을 때마다 활자들이 내 마음으로 스며들었다. 최근 브런치북으로 완성한 연대육아 이야기를 쓰면서 나의 지난날을 비워냈다고 생각했기에, 여러 생각들과 함께 감성이 뒤엉켜 더욱 사무쳤던 것 같다. 비우고 다시 나를 채워내는 과정이 결코 단순하지 않음도 실감했다. 우리의 관계도 그랬다. 이리 뭉치고 저리 뭉치며 온 가족이 열심히 살아내며 서로를 채워주고 있다가도, 각자의 위치를 존중해 주기 위해서 비워주어야 하는 시간도 있어야 했다.

연대 안에서 무리 지어 살다가

때가 되면 품에서 벗어나,

결국 열렬한 고독을 맞이하게 되는

인생의 사이클처럼 말이다.

비우고 다시 채우고, 이가경

나는 여러 사람의 관계 속에서 밝게 빛나려고 참 애썼다. 나름 사람 사이의 고독도 어느 정도 안다. 돌이켜보면 나는 누군가에게 그저 좋은 사람으로 비쳤으면 했다. 내가 맡은 역할들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잘 해내기 위해서는 무조건 긍정 에너지로 무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어두워지거나 가라앉으면 그것은 내 모습이 아니고, 나답지 않다고 치부하기도 했다. 더불어 '나'라는 사람의 경계가 모호해지면 나를 잃는 줄 알아서 나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내가 더 강해질 수 있는 길이라 믿고 기를 쓰고 악착같이 버티던 이유였다.

브런치북을 완성하면서 지난 나의 애증의 과거를 떨쳐버리면서 비워낼 수 있었다. 내가 가진 프레임들을 줌 아웃하여 바라보게 된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이젠 좀 알 것 같다. 흐릿해졌다가 다시 선명해졌다가 자유자재로 나를 부드럽게 변화시킬 줄 아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강한 사람이 되는 것임을 말이다.

모든 날카로움은 단단한 것으로부터 상쇄된다.

부딪혀 마모되어 결국은 부드러워지는 거다.

비우고 다시 채우고, 이가경

머물러 있지 않기,

나만의 호흡으로 살아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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