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윤설 지음 / 메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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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활자를 통하여 내 머릿속에 그려보는 새로운 영화가 펼쳐지는 경험을 맛볼 수 있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감정은 나이를 먹을수록 '인간에 대한 통찰력'과 밀접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윤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펼쳐지는 SF 로맨스는 신선한 자극을 준다. 가상현실 연애 플랫폼의 시나리오 작가와 트랜스 휴먼의 만남과 사랑. 그 만남을 타고 포식자라고 부르는 권위자를 통해 프로젝트에 휘말리는 에피소드, 책을 들면 읽어야 덮을 수 있는 흡입력을 오랜만에 느꼈던 것 같다. 이게 연애소설의 매력이지!

어머니의 종이책이 가지는 주인공의 애틋함은 분노와 복수, 안타까움과 아쉬움의 감정의 소용돌이였는데, 이 부분에서 정말로 머지않은 미래에서 사람들이 종이책과 멀어진다면, 고가의 취미로 수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절판된 책들은 고가로 우리에게 거래되고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준을 살게 한 건 불태워 없애버리려 했던 책들이었다.

책장을 넘기는 감촉은 마치 어머니의 숨결 같았다.

어머니가 좋아하던 책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하면서 사슬처럼 옭아맸던 슬픔에서 조금씩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후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밀려들 때면 종이책을 사들였다. 닥치는 대로 종이책을 사다 보니 수입의 상당 부분이 책 수집에 쓰일 정도였다.

오프, 윤설

트랜스 휴먼과의 사랑을 표현하는 문장들도 마음을 울렸다. '당신이 인간이라고 착각했어요'라는 대화에서 주는 배신감의 무게는 인간으로서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생각하게 했다.

해준은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함박눈처럼 머릿속에 끊임없이 내려앉았다.

그 의미를 도무지 해석해낼 수가 없어 해준은 긴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사방이 암흑이었다.

오프, 윤설

나에게 이 절절한 감정을

다시 솟구치게 해주는 건

오직 책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책을 사랑하는 방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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