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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자기만의 방 - 문예 세계문학선 090 ㅣ 문예 세계문학선 90
버지니아 울프 지음, 정윤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4월
평점 :
자기만의 방을 생각하면 작가의 서재를 상상하게 된다. 브런치 작가를 작가로 쳐준다면, 나의 서재는 어떠한가?
나는 주로 아이들 방에서 글을 쓴다. 큰 흰색 상판 이케아 책상의 주변으로 세 개의 의자가 있다. 연보라색 쿠션 있는 아이들 의자 2개와 수제 느낌 벤치 의자. 나는 벤치에 앉다 보니 책상에 1/2 정도는 나의 지분인 셈이다. 주로 내 정면에는 노트북이 있고, 왼쪽에 책 3~4권과 필통이 있다. 그리고 그 밑으로 작은 책꽂이를 마련해 놓았다. 나무로 만든 1단 책장이다. 보통 책이 12권 정도 들어가는 그 책꽂이에는 필사 노트와 필사용 도서가 있다. 필사용 도서는 크게 3가지 분야로 나뉜다. 좋아하는 작가의 에세이, 고전과 철학에 관련된 책, 시집이다.
순전히 단어를 놓고 생각해 보면 어쩌면 내가 '돈'과 '자기만의 방'을 가지지 못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마이너스가 찍혀 있는 입출금 통장에 아이들 책상에 한 면을 빌려 내 영역을 표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기만의 방>을 다 읽고나니 버지니아 울프가 말하는 의미의 돈과 자기만의 방은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제가 여러분께 돈을 벌고 자기만의 방을 가지라고 말하는 건 현실성과 함께 살아가라고, 활기찬 삶을 살아가라고 당부하는 것과 같아요.
최근 읽은 <가녀장의 시대>에서 '남이 훼손할 수 없는 기쁨과 자유가 자신에게 있음을 복희는 안다.'라는 문장이 있다. 팔씨름을 이긴 복희(슬아의 엄마)가 슬아와의 팔씨름에서 연승하며 "운동은 무슨, 노동밖에 안 했어."라고 팔씨름 승리의 노하우를 무심한듯 툭 던지며 태연하게 부엌일을 하러 가는 모습에서 표현된 문장이다.
호르몬보다 더한 무엇이 복희의 전신에 흐르는 듯하다. 그런 힘을 지니고도 그는 어쩐지 가모장 같은 것을 꿈꾸지 않는다. 가부장이든 가녀장이든 아무나 했으면 좋겠다. 월급만 잘 챙겨준다면 가장이 집안에서 어떤 잘난 척을 하든 상관없다. 남이 훼손할 수 없는 기쁨과 자유가 자신에게 있음을 복희는 안다.
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더불어 <자유로울 것>의 서문의 일부가 생각이 났다.
'자유란 무엇일까. 내 마음과 영혼이 시키는 일을 내 몸이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가장 편안한 상태일 것이다.'라는 글이다. 작가는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책임과 통제, 자기 규율이 전제되어야한다고 덧붙인다.
<자기만의 방>의 버지니아 울프, <자유로울 것>의 임경선, <가녀장의 시대>의 이슬아는 각각의 시대를 살아가는 대표적 작가이다. 성별을 불문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이름으로 볼수록 훨씬 더 빛난다.
그들만의 제각기 다른 문체와 형식들로 써낸 책들은 '이 복잡한 세상을 잘살아 보려면 균형 잡힌 너만의 정신을 가져봐'라는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삶을 통제하는 데 있어 내 마음이 움직이는 일에 대해 생각이 많았던 요즘, <자기만의 방>을 통해 다시 한번 내 의지와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상상력의 발목을 잡는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
내가 나로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진정한 '자기만의 방' 이니까.
자기만의 방, 해설, 정윤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