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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풀꽃 향기 - 나태주 시인이 딸에게 보내는 편지
나태주.나민애 지음 / &(앤드) / 2023년 5월
평점 :
언제나 마음이 따뜻해지는 나태주 시인님의 글은 힐링 그 자체다. 이번에는 나민애 작가님과 함께 부녀간 에세이를 출간하셔서 읽을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채우지 못한 마음, '궁기'가 있어서 소중히 보관하셨다던 여러 사진과 편지를 꺼내 일생을 회상하며 몰두하셨을 선생님의 집필 작업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너는 우는 것도 예쁜 아이였단다.
앙앙 크게 소리 내어 우는 게 아니라
칭얼칭얼 울면서 가끔은 울음을 그치고
빠끔하니 눈을 떠서
주위를 둘레둘레 보곤 했단다.
낯선 사람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지.
그 눈에 가득 눈물이 고여
마치 별처럼 반짝였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단다.
나만 아는 풀꽃 향기, 나태주 나민애
어린 딸의 작은 행동에서도 사랑이 뚝뚝 묻어나는 선생님의 표현에 미소를 지으며 읽었다. 딸바보 아버지가 시인이라면 이런 감성 묻은 표현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읽는 내내 나도 딸의 입장으로 함께 글을 느껴서였을까?
개인적으로 나민애 작가님이 딸로서 쓴 글에 좀 더 공감이 갔다.
내 아버지는 시인이지만 나에게는 그냥 아버지이기만 했다. 시집을 옆에 끼고, 자연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아버지는 내게 익숙하지 않다. 집에서, 가장으로서의 아버지는 내게 익숙하지 않다. 집에서, 가장으로서의 아버지는 한 마리의 노새 같았다. 무거운 수레를 끌고 앞으로 끙끙대며 나아가는 노새. 말보다 더 작고, 말보다 더 못생기고, 일만 하는 노새 말이다. 짐의 무게는 노새의 양 어깨를 짓누르고, 마침내 뼈와 가죽마저 파일 것이다. 그런 아빠 노새의 옆에 철모르는 어린 노새가 있다.
나는 특히 나민애 작가님의 <언 발을 녹여 주던 유일한 사람>이라는 글이 참 좋았다. <우는 아기를 위해 풍금을 쳐 주던 아버지>라는 글에서 손녀딸에게 풍금을 쳐 주는 부분을 읽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버지가 나의 첫아기를 안고 풍금을 쳐 주고 있었다.' 이 표현에 마음의 울림이 느껴졌다.
문학 부녀만의 풀꽃 향기가 나는 글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이야기는
언제나 모두의 드라마가 된다.
함께 웃고, 우는 이야기로
오늘 하루도 채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