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일의 밤 백 편의 시 - 일상을 충만하게 채우는 시의 언어들
이영주 지음 / 뜨인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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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Grow Review

일상을 충만하게 채우는 시의 언어들

백 일의 밤 백 편의 시

이영주 엮고 씀

'나만의 수면 준비 운동으로 매일 한 편씩 시를 읽었다.'는 이영주 작가의 에필로그에서 숙면의 처방약을 얻은 기분이었다. 요즘 하루 24시간을 쪼개고 쪼개 살고 있는 나에게 필요한 쉼표는 시의 언어일지 모른다. 실제로 주기적으로 시집을 탐독하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줄 수 있는 명약이지 않을까?

나는 아무 시집이나 펼쳐 들었다. 그렇게 한 편씩 읽었다.

나의 밤은 덜 가혹해졌다.

웅녀처럼 백 일 이후가 되자 다른 밤이 되었다.

나의 밤은 아름다워졌다.

백 일의 밤, 백 편의 시 , 에필로그 중에서


하루의 밤 기록과 함께 한 편의 시가 소개된다. 내 눈에 익숙한 시도 보이고 낯선 시도 보였다. 그중에 이장욱의 [밤의 독서], 에이미 로웰의 [꽃잎],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가 눈에 띄었다. 윤동주의 [소년]과 백석의 [청시]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온 보랏빛 <백일의밤 백편의시>의 필사 노트가 참 매력적이었다.




나는 바로 펜을 들어 필사하였다. 조용한 새벽이나 야심한 밤에 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오랜만에 컬러 펜을 들고 필사하니, 시의 언어의 기운이 손에서 팔을 따라 심장으로 따라 들어오는 느낌이다.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나에게 필요한 쉼표는,

시의 언어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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