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남편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는 왜 ‘주부’ 가 적응이 안 될까? 사실 부끄럽기도 하다고 해야 하나 좀 그래.”
내 개인 대출 연장 심사 서류를 내야 하는데 작년과 다르게 일을 그만둔 상태이기에 ‘재직증명서’ 가 없는 상황이다. 다른 한 가지 적합한 서류가 있어 제출해 보면 될 것도 같은데 대출 연장이 무사히 될 수 있을지 여부는 담당자가 결정하게 될 거라 조바심이 났다.
<본질육아>의 내용을 읽다 보면 육아서를 읽는 느낌보다는 자기 계발서를 읽는 기분이다. 그만큼 내용의 폭이 넓고 육아의 본질을 가족, 부모, 개인으로서 생각할 수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이다. 밥 짓기 요법, 내적 보상, 방목 요법, 호두까기 요법, 몸값 요법, 뜨거운 감자 요법, OT 요법 등의 육아 팁도 소아정신과 교수님답게 설명해 주신다. 나는 육아 노하우 자체가 가족 간, 인간관계 간 소통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와 어떻게 소통하냐는 차이일 뿐인 것이다. <본질육아> 내용 자체가 '아이 같은 남편'이나 '아이처럼 늙어가는 부모님'에게도 적용할 만한 가족애가 넘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육아의 본질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빗대어 나에게 ‘나를 형성하는 본질은 무엇인가’라고 던져보았다. 두 아이의 엄마이고 한 남자의 아내인 건 상황이고 환경조건일 뿐이기에 '나는 좋은 엄마가 되고 좋은 아내가 되고 싶다'는 추상적인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독립적인 여성으로서 한 남자를 선택해 결혼을 했고, 가정을 통해 한 단계 뛰어넘어 그 이상으로 마인드 성장하는 것을 원한다. 그 성장에는 도구가 필요할 것이고 지금은 나를 발휘할 적합한 도구(예를 들면 직업이나 가치를 부여할 만한 일)를 쥐었다 놨다 살펴보고 있는 과정인 셈이다.
나는 실은 알고 있다. 남편에게 표현한 ’주부가 적응이 안 된다’는 말의 표면 아래에 ’독립적인 나로서 자아실현’을 깔아놓고 있다는 사실을.
그럼 여기서 육아의 본질의 답은 쉽게 나온다. 우리 딸들에 대한 육아의 본질은 '독립적인 여성으로서, 각각의 개성에 맞는 자아실현' 인 것이다.
가치와 함께 꼭 전수해야 할 것이 삶을 대하는 마음자세다. 부모는 자녀의 삶이 평탄하기를 바라지만, 평탄하기만 한 삶은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굴곡기 있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삶을 어떻게 단단하게 헤쳐나갈 것인지 그 자세를 심어주어야 한다. 삶을 살아갈 때의 마음자세는 거의 부모에게서 고스란히 물려받는 경우가 많기에, 자신의 마음자세를 먼저 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