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 한 호흡 한 호흡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일상 회복 에세이
이아림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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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Grow Review

한 호흡 한 호흡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이아름 글, 그림



가는 나의 애정 있는 운동 중 하나이다. 수양의 단계는 아닐지언정 나에게 분명히 운동이다. 요가원에 들어서는 기분은 꼭 도서관에 들어서는 기분이다. 애틋한 감정이라고나 할까? 도서관에 있는 책을 내가 다 읽을 수 없지만 바라만 보아도 좋듯이, 요가 매트 위에 앉아있으면 내가 모든 동작을 따라 하지 못하더라도 매트 위에 있기만 해도 행복하다. 그래서 요가를 하는 시간은 책을 읽거나 글쓰기하는 시간만큼이나 나에게 소중하다. '오, 자신감 있네?' 하고 누군가 오해할까 봐 (굳이) 덧붙여 분명히 말하면 잘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이다.

몇 주 전, 동네 요가원에서 플라잉 클래스에 처음 참여했다.

"선생님, 제가 오늘 처음입니다."

선생님 도움을 받아 해먹을 처음 만져보고 풀어보고 선생님이 하시는 동작을 따라 열심히 했다. 인버전도 해보고 루나도 해보고 박쥐 자세 시도도 해보았다. 기분 좋게 마스크를 빼는데 바로 옆에 누군가 나를 툭 잡았다.

"야! 너 맞지?"

코로나 터지기 전 함께 운동했던 언니였다.

"얼마 만이야, 누가 옆에서 시끄럽다 했어~ 리액션이 꼭 너 같았는데 긴가민가했다!"

30분간 폭풍 수다를 떨며 그동안의 안부를 전했다.

"너, 이거 계속해! 처음 한 거 치고 오늘 너무 잘 한거야!"

아, 얼마 만에 듣는 칭찬인가!

비록 빈말일지라도 이 한마디에 코끝이 찡, 마음을 툭! 하고 때렸다.

플라잉 요가가 한창 유행할 때 즈음, 나는 일하고 육아하느라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플랭크만 해도 행복했고, 50분 요가 한 타임만 참가해도 마냥 행복했었다. 그때 플라잉 요가를 시작한 언니는 같이 하자고 했지만 나는 한사코 거절했었던 모습이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난 하지 못하는 이유가 참 많았었다.

"그래, 언니 계속해 볼게!"

내가 처음 요가를 시작할 때도 이런 마음이었다. 되지 않는 동작을 하게 되고, 자세 교정도 받고 칭찬도 받으며 강사님 앞자리에서 거울에 비친 나에게 집중했던 때였다. 그런 풋풋함과 설렘이 플라잉요가를 통해 내 안으로 들어왔다.

처음은 누구나 서툴다. 하지만 서투름에 반복이란 과정이 만나면 안 되는 것도 된다!


물론 안 되는 건 (반복하면) 된다. 언젠가는 된다. 그러나 그런 성취여부를 떠나 맨몸으로 해나가는 요가엔 그 자체로 심플한 멋이 있고, 그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살아가는 세상에서(조울증과 선택장애를 겪는 현대인들에게) 대단히 드문 체험이 아닌가 생각한다. 삶의 수많은 가능성에 압도당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매트 위 요가를 강권하는 이유다.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이아림


요가 자세라는 것이 하다 보면 잘 하고 싶어지는 욕심이 생긴다. 동작을 잘 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연스레 비교가 되어 욕심에 과하게 시도하다가 다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부상은 결국 내 책임이 된다. 내가 나의 몸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요가를 하다가 다친 사람을 꽤 봐서 '무리하지 않기' 를 항상 염두에 두고 호흡을 한다. 하지만 수업이 반복될 수록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선생님의 달콤한 유혹이 훅 들어올 때가 있다. 시도를 하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순간 등이 오싹해질 때가 있다. 왠지 더 이상은 안될 것 같다는 예감이 느껴질 때는 가차 없이 난 웃으며 이야기한다. "선생님, 오늘은 여기까지요! 이대로 유지할게요"


무리해서 그 이상을 욕심내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삶을 완성하는 단단한 철학이다.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이아림


<요가매트만큼의 세계>는 내가 오랫동안 몇 번이고 꺼낸 책 중에 하나이다. 잔잔하게 쓰인 이 에세이가 나에겐 일상의 응원같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중 요가와 글쓰기는 매번 읽어도 공감된다. 공감과 동시에 속이 쓰리다.



요가를 하다 보면 아주 구체적인 실감으로 나를 느낀다.

크게 숨을 쉬어 몸을 부풀릴 때, 그 숨을 천천히 길게 내쉴 때 나는 거기 있다.

좋다거나 싫다거나, 훌륭하다거나 하찮다거나 하는 평가 없이 그냥 살아 있는 순간의 내가 있은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좌절할 것도 자부심을 느낄 필요도 없다.

어쨌든 이 모양, 이 감정이 나라고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사고가 아주 심플해져서 소소한 기쁨이 차오른다.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이아림


나도 오늘 요가해요,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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