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위스 문화 기행
조두환 지음 / 자연사랑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난 원래 외국 여행기를 별로 읽지 않는 편이다. 어느 책을 손에 잡던지 대부분 그런 책들은 멋스럽게 찍었다고 올려놓은 사진들로 도배되어있고, 아니면 글씨가 너무 많다. 한 번도 그 곳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느낄 수도 없고 이해도 되지 않는 전문적이거나 너무 세세한 설명들로 가득하다. 한 사람의 자랑을 보려고 그런 책 보기는 싫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다르다.
우선 이 책은 현 건국대 독문과 교수님이신 조두환 교수님이 직접 쓴 스위스 여행기이다. 여기엔 그리움과 동경, 그리고 추억들이 가득 담겨 있다. 확실히 요즘 나오는 평범한 여행기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어떤 느낌으로 이런 구절을 썼는지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교수님의 약력을 보니 시집도 쓰시고 번역서도 많이 쓰셨던데.. 문학을 그저 연구하는 교수가 아닌 직접 시도 쓰는 교수님이어서 그런지 참 예쁜 문장들이 많았다.
요즘엔 한국이건 외국이건 현대문학에서 낭만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한 사물에 대한 깊은 생각을 투영시킨 시적 문장들, 문체들을 현대 작가들은 경시하는 것일까? 책에서 이런 구절이 있다. "청명한 하늘에 떠도는 구름조각들은 푸른 초장에서 노닐고 있는 양떼. 알고보면 하늘과 땅으 움직임은 같다."... 감탄을 연발했다. 이런 구절들은 요즘 어느 책에서든 쉬이 찾아보기 어렵다. 찾아보더라도 꼭 이런 글들은 멋스럽답시고 찍어놓은 화질 좋은 이미지와 함게 곁들여져 있기 마련이더라. 사람들이 상상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이놈의 카메라 보급.-_- 이건 2002년에 써진 책이다. 그리고 책장 사이사이에는 13년 전 유학생활을 되돌아보는 저자의 그리움의 마음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우리 젊은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스위스나 그 밖의 유럽. 혹은 다른 동남아시아 나라들. 그 모든 나라들에게 우린 어떠한 기대가 있던가? 지나친 서구(특히 미국)중심의 문화는 우리에게 미지의 한 나라를 향한 기대감을 말살시켜버렸다. (내 생각이다.) 책을 읽으면서 2002년의, 아니 저자 유학시절의 스위스가 가고 싶어졌다. 스위스는 어떤 나라일까...그러나 지금은 모든 나라가 다 자본주의에 영향을 받고 있고 찌들어가고 있다. 정말로. 안타까울 뿐이다.
재질이 푸근하다.( 책 보면서 이런것도 본다 ㅋㅋ) 그리고 요즘 시대의 현란하고 화상도 좋은 사진들이 아닌 소박하고 조금 어두워보이는. 새벽녘같은 사진들을 보며 (요즘 사람들은 빈티지라고 할) 나도 그 곳이 그리워졌다 .한 번도 가본적이 없지만.. 곳곳에 남겨져 있는 문학적 표현들은 참 오랜만에 만나는 유년의 기억들처럼 소중하고 또 참 아련하다. 요즘 너도나도 쉽게 내는 여행기와는 다르다. 이 책을 추천한다. 물론 이 책을 보고 스위스를 여행하게 되면 많은 것들이 책과 다른 것에 당황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난 이 여행기가 맘에 든다. 소박하고 푸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