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점》 해동 - 소설 《빙점》 최고의 해설서 세움 문학 2
모리시타 다쓰에 지음, 권요섭 옮김 / 세움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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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점>을 읽었을 때 가장 인상깊었던 건 한 가족을 둘러싼 자연과 환경에 대한 묘사와 주인공들의 굉장히 섬세한 마음 속 표현들이었다. 인물들의 마음은 늘 선과 악으로 분류되어 모순적이다. 사랑하지만 미워하고, 미워하지만 사랑하는, 그런 섬세한 마음의 결들이 이 책에서는 잘 드러나있다. 남편이 아내의 불륜에 분노하고 복수를 꿈꾸면서도 자신의 딸을 죽인 살인자의 딸을 입양해 사랑을 베풀고자 하는 위선, 지극정성으로 기른 딸을 질투하고 학대를 하면서도 안쓰러움에 꼭 보다듬어주기도 하는 엄마, 동생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지나쳐 오히려 동생을 궁지로 몰고 마는 오빠. 이 가족은 하나같이 인생의 구원을 원하면서도 이다지도 애처롭게 파멸하고 마는가...


미우라 아야코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노력으로 <빙점>을 썼는지 <빙점, 해동>을 통해 들여다보면서, 이 책이 정말 기도로 만들어진 책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집필 활동을 할 때 기도를 하던 남편. 그녀에게 전도하고 삶을 마감한 청년. 그 청년을 마음에 품은 미우라 부부. 각자의 마음의 깊이가 너무 깊어서, '이 정도로 간절히 기도하며 신앙에 매달렸단 말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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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개신교률은 낮지만 그들의 신학은 아주 깊고 심오하다던데..정말 그런 건가? 이 책은 지금까지 내가 읽어본 기독교 소설중에서도 깊이감 면에서 유별났다. 새로운 색깔의 신학적 소설...크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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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서를 읽으면서 가장 깊이 마음에 들어와 고민하게 했던 것은,

'사랑하지 않는 죄'에 대한 것이었다.

그것도 그냥 적당한 사랑이 아니라 목숨까지 거는, 온전히 이타적인 사랑.

아이러니 한 것은, <빙점>의 모든 주인공들은 나름의 '사랑하고자 하는 자아상'이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만은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살인자의 딸을 입양하고, 기르고, 보살폈다. 심지어는 주인공인 요코마저도 자신이 사랑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자부심 하나로 살았지만 실상은 자신의 안에도 살인자의 딸이라는, 자신의 존재가 자신의 불행의 원인이었다는 숨겨진 사실로 인한 빙점이 있었다.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 '사랑할 수 있는가' 그것에 대한 철학적 질문과, 인간의 사랑의 위선과 한계에 대해서 정직하게 보고 있는 소설이 바로 <빙점>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를 돌아보았다. 정말 잘 '사랑하고 싶은데', 나는 진짜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알더라도 그것을 실천할 능력이 없는 인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지 않는 죄', '사랑할 수 없는 한계'.

그것이 정말 '죄'인가.

그렇다, 그것이 '죄'인 것이다.

세움북스의 <빙점, 해동>을 통해 미우라 아야코씨의 문학세계에 대해서 더 깊이 알 수 있어서 정말 좋았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빙점>에 이런 숨은 뒷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죄에 대한 심오함과 인간에 대한 철학적 담론까지 얻어갈 수 있어서 아주 유익했다. 정말 강추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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