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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운명 (반양장)
문재인 지음 / 가교(가교출판)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알고보니 벌초하는 날이 일요일이였다. 잊고 있었는데 아버지 전화를 받고 저녁무렵에 알게 되었다.
청주로 차를 몰고 도착해서 거실에 보니 문재인의 '운명'이 놓여 있었다.
간만에 초등학교 3학년때 담임선생님이 심심풀이로 가르쳐준 속독 실력을 발휘해서 문재인의 운명을 읽어내려갔다.
중학교 2학년때 허문도를 몰아붙이던 노무현과 이해찬은 너무나 인상깊었다 이후에도 그가 가는길을 간간히 신문을 통해 지켜보았다.. 그가 당선되지 않았다거나 3당통합에 반대했다는 사실을, 전두환을 향해 명패를 집어던졌던 일도, 나는 어렴풋이 어린나이에도 알고 있었다.하이텔에서 그가 바보처럼 부산에 출마했다 떨어진다음 하이텔 플라자에는 바보라고 안타까워 하던 글이 연이어 올라오는 모습도 보았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외롭고 쓸쓸했을 탄핵당시 노통의 얼굴을 찍은 사진이 떠올랐다. PD수첩에서 노통이 당선됐을때 아옌데 대통령이 쿠데타군에 저항하다 사살당한 것을 방영했던 것도 기억난다.
노통이 자신도 그럴, 노사모를 향해 "여러분이 해야할 것이 무엇이지요?" 라는 질문을 던질때 앞으로 다가올 운명이라는 것을 어쩌면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을것이다. 노사모의 대답은 "감시"였지만 지금의 우리들은 "보호"였던 것이니...
나도 한때는 진보정치세력을 한번에 들어먹어 본전도 못찾게 까먹은 대통령이라고 욕도 해댔다. 하지만 선거자금을 보내고, 서프라이즈 번개에도 참가하고, 대문글에 글도 올리고, 2004년쯤이던가 그가 연설하던 라디오 방송을 틀어놓고 빠져들어서 집에 도착했는데도 30분도 더 차안에서 끝까지 듣던 기억도 났다.
그렇게 엄청난 짐을 지고 힘들게 사셨으니.. 그를 향한 이런저런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이 다시 떠올랐다.
종로바닥에서 촛불을 들고 앉아서 구호를 외치던 것도 그 때문이었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4대 대혁법안을 통과시키라고 지원 시위를 하던 것도 그 때문었다. 월드컵과 2002년 대선의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아내와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 때문이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불의와 싸우다 하얗게 불타서 재로 남은 그에게 미안함과 고마움과 원망같은 오래전 홀연히 떠난 잡을수 없었던 사랑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을 추억하듯 추억하는 것이다. 사랑했기 때문에 더 분노했고 어쩌면 너무나 기대했기에 그만큼 조급하게 실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인지.
운명이다. 그 이후를 고민하는 것. 우리가 눈물 콧물 흘리며 그 분을 대통령으로 만든 우리의 운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