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항상 옳다. 디지털 세대에게 줄글의 장벽은 너무 높다. 반에서 줄글의 맛(?)을 아는 친구는 몇 되지 않고, 대부분이 글자보다는 그림을 선호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백날 책 읽으라고 해봐야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리 만무하다. 그런 의미에서 책 늘보 씨, 집을 나서다 는 따뜻한 그림으로 분명한 울림을 선사한다. 같은 그림책이라도 그림을 위한 그림책이 있고, 메시지가 분명한 그림책이 있다. 전자보다 후자가 더 오래 곱씹어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림에 관심 있는 친구들도 있어서 골고루 구비해놓으려 하나 쉽지는 않다.) 주인공 늘보 씨의 평범하지만 험난한 이동 길을 따라가보며, 장애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다. 장애이해교육을 매 학기마다 실시한다. 그때마다 편의점에서 점자표기가 없어 늘 새로운 컵라면을 골라야하는 시각 장애인의 불편함을 느껴보거나, 점자로 쓰고 읽기 등을 배웠다. 나부터도 방학을 이용해 시각장애인이 운영하는 어둠 속의 대화 체험 프로그램에서 암흑을 체험해봤다. 경험과 체험 중심으로 많이 배웠다. 올해의 장애이해교육은 휠체어를 이용해보고, 이 책을 함께 읽어보는 것으로 구성하려 한다. 도와드릴까요? 라고 늘보 씨에게 묻는 행인과 반기는 늘보 씨의 장면.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이다. 존중과 배려가 비장애인만의 사유물이 아닌, 모두가 누리는 가치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