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는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산 위에 있다. 아크로폴리스에서 시작한 비탈이 이어져 바다에 닿는 곳에 피레우스가 있어서, 산 꼭대기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멀리 피레우스 항이 보인다고 한다. 소크라테는 플라톤의 '국가'에서 축제일에 아테네를 떠나 피레우스의 벗을 찾아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높은 곳에서 내려와 말하는 철학자의 모습은 플라톤 이래 흔한 비유가 되었다.
내가 저 아래로 내려가 만나려는 인간들이 그렇게 부르듯이, 나도 그대처럼 내려가야 한다.
이러면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차라투스트라가 시체를 매고 가는 장면을 보면 마태복음이 생각난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마태오의 복음, 16:24 공동번역)
도시의 성문에서 그는 무덤 파는 자들과 마주쳤다. 그들은 횃불로 그의 얼굴을 비춰 보고 차라투스트라임을 알고는 그를 심하게 조롱했다. "차라투스트라가 죽은 개를 메고 가는구나."
우습지 않은가.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빌린 니체의 사상은 어차피 식상하다. '신은 죽었다'지만, 신이 야훼, 서양의 근대, 절대적인 진리이건 간에 언제는 살아 있었나? 식상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이렇게 표현을 즐기는 것이다. 마치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가 누구나 아는 신화의 내용을 작가만의 방법으로 들려주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