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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부자 ㅣ 큰 스푼
김해등 지음, 최정인 그림 / 스푼북 / 2019년 11월
평점 :
읽다가 왈칵하는 어린이 책이 오랜만이다.
조선 말, 청나라와 일본, 러시아, 서양의 간섭과 침략으로 나라가 위기였고 혼란스러웠던 시기이다.
남들이 볼 때는 쓸데없는 나비에 미친 인간이고, 양반가문이지만 천대받던 환쟁이 아버지..
가문을 잇기 위해 큰집에 양자로 가야 하는 아들, 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이
나비 그림이라는 소재와 시대적 상황들이 너무나 잘 어우러졌다.
처음알았다. 조선에 나비온실까지 있었다니!
그것도 세종 때부터...
이 책을 읽고 실제하는 남계우님(1811~1890) 의 작품을 찾아 보니 너무 아름다워 깜짝놀랐다.
무려 37종의 나비를 암수 구별하여 그렸고, 네 폭 짜리 그림에 150마리의 나비를 그려넣기도 하였다.
이책에 등장하는 '남방공작나비' 라는 열대종도
실제로 남쪽에서 잡아서 직접 보고 그린 것이라 한다.
책의 '일러두기' 를 보니 조선시대에는 '흰나비, 노랑나비, 범나비' 뭉뚱그려 불렀다는데
아무도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던 나비들을 관찰하고 그 많은 종을 세필로 그려냈다는 것은
사랑이 아니고는 할 수가 없다.
이 당시 조선의 상황은
무조건 그림을 그려내라고 하면 목숨을 걸고 그려내야 하는 신분 사회였고,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아들을 양자로 보내는 일도 당연히 받아들여야 했다.
강대국의 간섭으로 민생은 파국으로 치닫고
결국 일제강점기라는 치욕과 암흑의 시간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런 배경 속에서 연약하고 아름다운 나비를 그렸다 라는 의미가 참 크다.
화가 본인은 당시 장자의 나비에 기반을 두고 그렸을 지 몰라도
소설속에서는 흔들리는 시대와 신분을 거스를 수 없지만
가슴에 심고 정신이 깃들도록 나비를 향한 사랑을 보이는 남계우-남나비님의 모습은
후대인 우리가 여전히 닮아야 하는 모습이 아닐까.
"제 목숨이야 한순간에 끝나겠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지요.
수백 년 살아남아 먼저 간 저를 얘기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남계우님의 말이 참예술가의 자세이자,
험난한 조선의 역사를 이겨내고 대한민국을 이뤄낸 사람들의 자세라 생각이 든다.
그림이 옛그림처럼 느껴지고 따듯하고 화려하며 섬세하다.
부자가 처한 상황과 다르게... 그래서 읽는 내내 더 맘이 아프네..
내용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역사에 관심있다면 4학년 이상 아이들은 쉽고 재미있게 읽을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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