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채널 × 젠더 스펙트럼 EBS 지식채널e 시리즈
지식채널ⓔ 제작팀 지음 / EBS BOOKS / 202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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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 영상과 음악이 메세지를 강렬하게 전달하는데에 놀랐었다.

이 책은 그 방대하고 깊이 있는 주제와 간결한 편집 때문에 충분히 읽는 즐거움을 준다.


육아로 집에 갇혀 지낸 지 10년 넘는 기간 동안

나름 페미니스트였던 나는 탑에 갇힌 라푼젤처럼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았다.


그러다 최근에 논란이 된 그 손가락 집게 모양을 보고

이게 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하여 검색해보고는

그야말로 탄식이 나왔다.

한국여성이 언제 이렇게 수준이 낮아지다 못해 괴물이 되었지?

이건 페미니즘이 아니라 그냥 정신병이잖아!


딸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가부장제 못지 않게 부숴야 할 또 하나의 뒤틀린 문을 만난 기분이었다.

열리지 않아 부숴야만 하는 문.


이런 충격을 안고 이 책을 읽었는데, 슬픔과 화가 밀려왔다.

한참 그 감정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내가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사회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느끼는 혐오와 역차별만 거세졌을 뿐

서로를 존중하고 보호하고 끈끈하게 하나되는 인간애는 안드로메다로......


참 재밌는게 이 책은 뒷부분 약간의 성소수자 얘기만 빼면, 젠더 스펙트럼이 아니라 그냥 여성학 실천론서 같다. 

제목만 보고 처음에 너무 긴장했더라는...


이 책에서는 마르크스페미니즘부터 사회주의, 급진, 문화적페미니즘까지

시대적으로 나열한 것은 아니지만 골고루 다뤘다.


아쉬운 것은 이글 초입에 말했던 그 손가락의 원산지 '메갈리아' 현상도 깊게 다뤄줬으면 하는 부분이다. (그 기형 페미니즘을 해소할 방법은 과연 있을까?)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영역을 고루 다루는데

섹스의 영역에서 예상대로 역시 청소년에게 성적 자유를 주자고 넌지시 말한다.

나는 적극 반대이다.


교단에서 학생을 성희롱하고 추행하는 선생님부터 자르지 않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성교육을 한다고?

불균형한 호르몬으로 가득한 10대들에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어떻게 가르칠텐가?

낙태를 자유화해서 제3자의 인생도 잘라내고 청소녀의 건강을 망가뜨리는 게 책임지는 자세인가?


내 개인적인 입장에서 

성관계는 자발적이며 즐겁고 축복받아야 하는 관계이지

방종과 무질서의 관계가 아니기에


이 책에서 말한 대로 청소년 100명 중 5명이 성관계를 갖는다고 통계가 말한다면

그런 선택을 한 사람들의 삶이 어떤지도 같이 추적 조사 해주면 좋겠다. 다큐멘터리로.

그 삶이 과연 아이들에게 적극 추천할만한 인생인지, 건강하고 균형있는 미래인지...



순간 웃음이 났다. 

인간을 존중하자는 젠더 책에서 상간남녀를 다루다니...그 일로 첫부인은 자살했는데.. 

가부장제에 반기를 들기 위해 자유연애를 하자는 것도 아니고.

나는 프랑켄슈타인의 메리 셜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남편도 얼마나 뛰어난 시인인지는 모르나, 

난 아내로서 엄마로서 볼 때 그들은 그냥 상간녀와 상간남일 뿐. 


가정을 깨뜨렸다고 표현하는 것은 가부장제를 옹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신의를 버렸고

이 책에서처럼 당시 여성에게는 경제권도 자유권도 없던 시기에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아내에겐 곧 사형선고나 다름없었으니까

그 시인은 현재에 비할 때 훨씬 더 나쁜 놈인거다.


메리와 그녀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남편이

무신론자로서 써내려간 피조물의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다.

유신론자인 나는 이 피조세계는 '보시기에 좋았더라' 라고 말하는데...

소설에서 피조물의 이름조차 없었다는 것은

성경의 아담이 모든 피조물들에게 이름을 붙여주었다는 내용과 대비된다.



이처럼 질서와 평온함이 있는 시간, 

누가 누구를 지배하고 착취하고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 다름을 이해하고 동등하게 존중받는 세계가 빨리 오기를 바란다.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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