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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열매들 - 세 원로 철학자가 남겨 준,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김형석.김태길.안병욱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19년 9월
평점 :
첫 머리글(머리글을 대신하여 라고 써 있지만)에서부터 품위와 평안함이 느껴진다.
1920년 생 동갑내기 철학 삼총사로서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쳐 급격한 변화를 겪은 세대로
대한민국을 향한 사랑과 학문에 대한 열정이 이들을 뭉치게 했다.
참 신기하다.
무지한 나에게도 이렇게 쉽게 읽히는 글이 있다는 것이.
그러나 얕고 가벼운 요즘 세대의 글이 아니다.
한 번 읽고 던져버릴 책이 아니다.
사랑, 행복, 신앙, 감사,
성실, 성공, 한계, 생명
애국, 유산, 시간, 말
자유, 철학, 인격, 진리
이렇게 각 주제마다 세 분의 짧은 글이 묶어져 있다


첫 페이지를 열어 싸인을 보는 순간 가슴이 뛰었다.
왜 그럴까.

'한계'의 주제에서 김태길 교수님의 글은 마치 짧은 단편소설을 읽는 느낌처럼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주제에 대한 긴 설명 대신 정확히 순간을 포착하여 읽는 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셨다.
단순히 철학자 뿐만 아니라 문장가로서도 뛰어나신 듯 하다.

김형석 교수님의 ('애국' 주제에서) 석호필 박사님의 마지막 만남에 대한 글이 실려있다.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국의 모습은 여전하다.
높은 자들의 부정부패에 대해서 힘없는 국민이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영원한 안식으로 들어가시는 순간까지, 이나라가 조선이었던 시절부터 뜨겁게 사랑하셨던
석호필박사님의 마음이 느껴진다.
다음은 김형석 선생님의 '말' 주제에서 마지막 문장이다.
'생각해보면 말이 내 고향이었던 것이다' p.180
나를 나답게 만든 것은 말이다. 나를 나로 기른 모국어.
그래서 영어도 마더텅이라고 한다.
나를 길러낸 언어가 가장 편안한 언어이다.
한국말로 자란 사람은 공간을 초월하여 한국사람이다.
우리의 고향은 어디인가.
천국의 언어를 내뱉는 사람은 천국에서 왔고,
지옥의 언어를 내뱉는 사람은 지옥이 고향일터
오늘 나와 대화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맛보게 하려는가 생각하니
더욱 조심하게 된다.
무엇이 선인지 악인지 뒤섞인 이 시대에
생각한다 라는 것과 생각하는 인간의 품위에 대해 잘 알려주는 이 진주 같은 책을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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