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야행 - 불안과 두려움의 끝까지
가쿠하타 유스케 지음, 박승희 옮김 / 마티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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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창세기 1장)"

 


재미있게 읽었다.

이 재미란 것이, 매우 서늘하다.

표지 그림처럼 극야 기간에 여행한것,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함도 아니고 신부감을 찾기 위함도 아니고,

작가는 이 여행은 모험에 대한 욕구와 개인적 '출생에 대한 추체험 욕구' 가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산을 왜 오르냐'는 질문에 '거기 있어 오른다' 라는 답처럼 답답한 답이 없다.

산을 올랐을 때 죽음과 삶의 경계를 느낄 때

그제야 '나 살아 있음'을 인지 하게 된다.


블리자드 (여기서 그 뜻을 처음 알게 됨) 속에서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은 작가는

그가 미혼이었다면 단지 극한 모험, 별난 체험일수 있었을 텐데, 


가족의 탄생을 지켜 본 그는

이 극야에서 빛과 생명의 관계를 체험하게 된다.


자신이 외쳐부르던 '탈시스템'의 논지를 깨면서

걱정할 아내와 딸을 위해 매일 가족과 통화하는 글에서

철부지에서 어른이 된 듯한 모습이 보인다.

철이 든다는 것은, 다른 이를 위해 인생의 방향도 꺾을 수 있는 희생(?) 아닌가.

 


인간 사회의 모든 시스템 중에서 벗어나기 가장 어려운 것은 GPS도 아니고 가족이라는 사실...

(p. 281) 



예측할 수 없는 블리자드 속에서 '일기예보'에 의지하게 되고,

남은 식량을 걱정했지만

다행히 동지애를 느끼는 개를 잡아먹지 않고도 마을에 도착한다.

'내가 해냈다' 라고 외치기 보다 겸손한 자세로 글을 마친다.

이것이야 말로 자연 앞에서 한껏 낮아진 모습 아닌가. 




우와~

일본이라 그런가 이런 술집 에피소드도 편안하게 등장한다.


이 작가는 강연 때도 아마 굉장히 말을 잘 해서 웃기고 울리고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 이다.

글을 잘 쓴다고 말을 잘 하는 것은 아니나

적절하게 심각한 상황을 베어낼 에피소드를 배치한다.





아...

나 이 이야기 때문에

며칠 째째 잠을 못자고 있으..

'호사북방오리' 라는 남자의 이야기인데

어떻게 살아있는 자식들을...



전쟁 중 자식을 잡아먹거나 제물로 바치거나 하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산채로 가둬놓고 떠나는 이야기는 처음이네..



이 책이 받은 상이 얼마나 권위 있는 지는 모르나 상 받을만한 책이다.

읽고 나면 떠나고 싶다는 욕망이 솟는다.

지루한 일상, 별 의미없는 삶이 그대에게 문제라면

강력히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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