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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멍 때릴 때가 가장 행복해 ㅣ 특서 청소년 에세이 2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18년 12월
평점 :
고1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작가 라는 작은 타이틀만 보고
마치 그가 서정주 급 되는 줄 알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것도 난독증을 딛고 작가가 되었다니!
제목을 보면서도
'아~ 지친 삶을 위로하는 글이구나' 했는데,
다 읽고 나서 나의 감상은...
'배가 부르구나. 배가 부르니까 멍도 때리지.'
(솔직히 얘기 하면 출판사에서 싫어하려나...)

나는 이렇게 하고 싶은데 엄마는 안된대요.
그럼 길은 두 개다.
내 뜻 vs 엄마 뜻
득실을 따져 가면 된다.
이건 난이도 높지 않다.
이럴 땐 공식처럼
싸우고 집을 나가고
마음 읽어주고 받아주고....울며 화해하고...
한 편의 모녀 성장 드라마 되는 거다.
근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찌르면 피를 흘리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와우...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이게 십대에게 주는 에세이라고?
예전에 누군가에게 물었었지.
'어떻게 참습니까?'
자기도 뭔가 욕구가 확 올라온다는 것을 느낄 때
컴퓨터를 켜는 것이 아니라
농구공을 들고 나간다고 했다.
한 두 시간 뛰고 오면 에너지가 소진되서... 라고 웃으며 말했다.
청소년의 성행위는 어른과는 다른 문제이다.
사랑의 책임은 콘돔사용이 아니다.
사랑이란 썸도 아니고 연애도 아니다.
(그런데 교과서라는 게 이모양...)
아이들에게 바른 성가치관을 심어줘야한다.
왜 하고 싶니? 라고 물을 때
서로의 사랑을 확인?
(개뿔. 그냥 너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잖아.)
사랑의 결과, 성행위의 결과도 책임지려면
결혼을 하시오.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고요?
그럼 열심히 준비하시오~
공부하고 노력하고 애쓰세요.
새가 둥지 하나를 만들기 위해 부던히 애쓰는 것처럼
너도 너와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를 위해, 아이들을 위해 둥지를 만들라.
힘들어서 안하겠다고?
그럼 답이 없지~
힘들어서 그것도 못하겠다면서 성행위는 하고 싶고....
밥하기는 싫고 설거지는 더더욱 싫은데,
먹고는 싶고 그런거네..
이렇게 말하는 나를
청소년 성을 억압한다고 날뛰는 사회주의자들 정말 역겹다.
성은 해방의 출구가 아니라
질서의 무대이다.
그 무대의 주인공은 축복과 환호를 받는다.
콘돔쓰면서 해라~ 가 아니라
준비되었을 때 해~ 가 답이다.
지저분한 모텔, 부모님 없는 집
도서관, 락커룸, 공공화장실 이런데 찾아다니지 말고
모두에게 축복받는 신방이 차려졌을 때 실컷 하라는 게 답이다.
심지어 성경에도 부부간의 성행위를 얼마나 아름답게 묘사하는지!
하나님이 인간을 만들고 첫째로 복을 주신 것이 부부의 성이기 때문이다.
논리를 떠나 모두가 가장 끔찍히 여기는 낙태를 예방하려면
청소년 공교육이 매우 중요한데 교과서가 쓰레기다.
(어쩌다 이런 글이 되었는지 나도 참담한 심정이다.
출판사에게 좀 미안할 따름...)

난 페미는 아닌데, 이건 확실히 남자라서 이득 본 상황.
어느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는 남성이
신문에 기고한 글을 보았는데,
자신이 남성으로서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 운동을 활발히 할 수있었던 것은,
장남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내용이다.
아들이고 장남이었기 때문에,
부모님은 그가 하는 모든 일은 다 믿고 밀어주었고,
가부장적 아버지조차 맏아들에겐 조심스럽게 대하고
형제들 중 가장 많은 혜택을 받았다.
그렇기에 원하는 대로 가부장 까는 페미니즘 운동을 할 수 있었는데
이것이 얼마나 아이러니인지!
이것을 깨달은 그가 참 대견(?) 하게 느껴졌다.
난 시골에 살면서
왜 과부가 서러운지 알게되었다.
이 시골 사회에선 남자는 아무리 어려도 대접받고 존중 받는다.
할머니보다도 갓 초등학생된 어린 남자 아이가 더 상위에 위치한다.
만약 이 에피소드에서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면
아마 할매한테 싸래비로 흠씬 두들겨 맞거나
물바가지 세례를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뒤늦게 나타난 할머니 아들에겐
계집애가 재주없다고 썅욕을 들었겠지. 누가 데리고 가서 술을 가르치겠나.
(가서 술 먹여도 겁난다)
본인에게 장다리꽃처럼 웃어주던 어른들이
대상이 바뀌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작가는 생각해보았을까.
봄나비처럼 아름다웠던 건 본인 기억의 재구성이다.
그리고 또 이책은
술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제정신으로 세상 살기 힘들 때는
술을 먹으라는 메세지로 들린다.
난 청소년들 술교육에
홍대 앞에 가서 새벽에 거리 청소하는 일은 일주일만 시키면
술을 대하는 태도가 확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거기 가면 정말
'배가 부르구나'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 작가가
교회에 가서도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다는 사실은
나도 매우 마음이 아프다.
제대로 된 교회, 말씀을 만났다면
하나님이 그를 창조한 목적을 깨닫고
'죄로부터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을 텐데......
술 이야기 못지 않게 교회 이야기를 몇 번 씩 언급한 걸 보면
아직 미련이 있으신 것 같다.
본인은 원하지 않았을지 모르나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작가' 라는 그 타이틀에 갇혀
작가 본인이 그렇게 슬퍼하던
'꼰대' 가 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