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어요~

가문비 탁자 ㅣ 나비클럽 소설선
공원국 지음 / 나비클럽 / 2018년 11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가가 소설을 위해 몇 년 간 여행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많이 봤어도
역사학자가 소설을 쓴 것은 처음이라...
약간 의아했다.
소설이란 것이 글로 심장을 휘감아야 하는데
작가는 이미 11권 짜리 책을 집필했다는 소개에
'학자의 소설' 이란 기대가 있었다.

내가 티베트라고 하면 아는 것이라곤

달라이 라마, 중국과 분쟁 중, 고원, 만두...뿐.

주인공 지우는
군대에서 받은 상처가 있다.
당연히 옳기 때문에 증언하고,
생명이기 때문에 살리고 싶고,
억울함이 없어야 하기에 그편에 섰으나
돌아온 것은 OUT이였다.

그렇게 어줍짢게 해야할 일을 했다가
결국 정의도, 돌보던 짐승도, 자신의 아이도 다 지키지 못하고
선과 악이 진득하게 뒤섞인 현실을 떠나
높은 곳 강녕으로 이동한다.
자신이 제물로 바쳐진다는 것을 알았으면 갔을까.

지우는 페마를 통해 정화되고
그토록 바라던 옳은 일을 완수한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계속 꿈을 꾼다.
꿈은 계속 그들을 부른다.
별처럼 그들이 가야할 방향을 보여준다.

신의 노여움은
사람들이 부정부패로 쌓은 부실시공 건물들을 무너뜨리고
댐을 터트렸다.
그 가운데에서 아이들을 살린 건
고집으로 만든 가문비 탁자와
역시 타협없는 지우.

물병의 물이 찰랑하는데도 아이들을 위해 마시지 않고ㅠㅠ

제목과 소설의 앞 부분만 읽어도 어떻게 끝날 지 결말이 보인다.
그러나 티베트 고원이라는 장소와, 달리는 말, 중국과 티베트의 역사, 언어 때문에 글을 계속 상상하며 읽게 되어 재미있다.

말을 타고 달리는 아름답고 넓은 초원과 지진과 물로 진흙탕이 된 처참한 상황이 대비된다. 인간이 희생된 이유는 인간 때문에..
인도네시아 터진 댐 홍수가 생각나서 서늘하다.
아마 같은 '주제'로 공간이 한국의 현재였다면 이렇게까지 재미나진 않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