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70년대에 사춘기 소녀로서
봉긋 올라오는 가슴에도 채 신경쓸 겨를 없이
엄마를 대신 해서 동생들을 돌보고 살림을 해야 했다.
반찬이라고는 고추장과 마른 멸치, 김치가 전부인 궁핍한 살림.
그렇게 집에 박제되어 첫사랑도, 학교도, 친구도, 꿈도, 다 지나쳐야 했다.
정신 빠진 남편을 대신해서
아이들을 키워내야하고 살아내야 하는 엄마들의 망치질 소리가
깡깡깡 울리는 시간과 공간.
딸로 차별 받으며 살아온 엄마는,
이제 엄마로서 숨을 고르고 아시바를 탄다.
누구를 원망할 겨를도 없다.
새끼들을 먹여야 하니까.
시커먼 쇳가루를 뒤집어쓰고 내놓은 하얀 젖가슴은,
왜이렇게 슬픈거야.
생명력.
그렇게 키운 동우가 사라지고 혼이 나간 듯했던 엄마는
어떻게 다시 망치를 잡았을까.
역시 또, 새끼들을 먹여야 하니, 부서진 몸과 마음을 끌고 나갔을 것이다.
아마 엄마의 정신은 그때 죽었을 것이다.
사회는 너만 조금 참으면 모두 행복하다라고 딸에게 의무를 지운다.
한국 근대화의 '딸들'은 거의 다 이렇게 살았다.
살아야 하고, 가족을 살려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