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깡이 특서 청소년문학 5
한정기 지음 / 특별한서재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은 70년대에 사춘기 소녀로서
봉긋 올라오는 가슴에도 채 신경쓸 겨를 없이
엄마를 대신 해서 동생들을 돌보고 살림을 해야 했다.
반찬이라고는 고추장과 마른 멸치, 김치가 전부인 궁핍한 살림.
그렇게 집에 박제되어 첫사랑도, 학교도, 친구도, 꿈도, 다 지나쳐야 했다.

정신 빠진 남편을 대신해서
아이들을 키워내야하고 살아내야 하는 엄마들의 망치질 소리가
깡깡깡 울리는 시간과 공간.

딸로 차별 받으며 살아온 엄마는,
이제 엄마로서 숨을 고르고 아시바를 탄다.
누구를 원망할 겨를도 없다.
새끼들을 먹여야 하니까.
시커먼 쇳가루를 뒤집어쓰고 내놓은 하얀 젖가슴은,
왜이렇게 슬픈거야.

 생명력.

그렇게 키운 동우가 사라지고 혼이 나간 듯했던 엄마는
어떻게 다시 망치를 잡았을까.
역시 또, 새끼들을 먹여야 하니, 부서진 몸과 마음을 끌고 나갔을 것이다.
아마 엄마의 정신은 그때 죽었을 것이다.

사회는 너만 조금 참으면 모두 행복하다라고 딸에게 의무를 지운다.
한국 근대화의 '딸들'은 거의 다 이렇게 살았다.
살아야 하고, 가족을 살려내야 하니까.



 



작가는 맏아들에게 집착하는 엄마에 대해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회피하지 않고 담담하게 서술한다. 
치매에 걸린 와중에도 잃어버린 막내 아들보다 큰아들을 찾는 엄마.
그런데 뒤에, 난 결혼도 안 했다며 새초롬해지는 그 모습을 보면,
그 귀한 큰아들
조차 부정하고 싶을 정도로
엄마는 무거운 시간을 지냈는가 싶다.

엄마의 망치질로 아들은 회계사가 되었으나,
그도 감사하다는 말 외에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가 원하던 삶은 무엇이었을까.
귀를 때리는 깡깡이 소리가 일 년 내내 울리는 동네,
 '너뿐이야'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어머니를 벗어나고 싶었을까.
아버지 한 사람의 무책임함과 부재는 가족 관계를 더 뒤틀리게 했다.

이 역시 근대 한국의 아픔이다.

그래도 다행히
개인전을 성황리에 마쳤다는 이야기와
미국에 사는 '맏아들' 에게 전화가 온, 약간의 희망적인 이야기로 마친다.

청소년들에게는 낯설지만
40대가 읽으면 동감할 부분들이 많다.
 '슬로우 리딩'에 적합한 책이다.
지금은 잘 안 쓰는 한국어와 사투리
가 많이 나오고
이야기가 복잡하거나 길지 않으며
가족 관계에서 주인공의 감정을 잘 느낄 수 있다.

특별히 청소년들에게 권장하는 이유는,
가족 안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거리를 두어야 하는 지 깊이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40대 엄마와 청소년시기의 자녀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