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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 완벽한 페미니즘이라는 환상
이라영 지음 / 동녘 / 2018년 7월
평점 :
이땅 위에 존재했던 무수한 여성(조상)들의 아픔에 치를 떨며 울던 시간도 있었다. 그 한이 내 핏줄에 고스란히 유전된 듯 몸부림쳤다. 델마와 루이스 같은 영화에 빠져서 대사를 외우고 그런 친구(연인)을 만나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 (그런 쓰레기 같은 시간들을 나는 한참 보내고나서 정신 차렸다.)
여성착취의 역사는 질기도록 이어져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잡지 않아야 할 것들과 손잡는 것은 짚으로 집을 세우는 것과 같다. 불이 나면 홀랑 타올라 나까지 삼킬 것이다.
작가는 요즘 '핫'한 주제들을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분석하고 해부해준다. 매체에서 뭉뚱그려서 무의식적인 단어들로 설명하는 사건들을 단어 하나의 의미와 사회적 맥을 짚어가면서, 여성이 얼마나 부당하게 차별받고 또 억울함을 당연히 받아들이는지 서술해준다.
뉴스, 명화, 영화, 소설 등을 통해 여성에 대한 시각을 보여줘서 재미있었다. 주제별로 나뉘어진 글 중 한 꼭지 택해 소그룹에서 페미니즘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할 때 유용할 책이다.

그러나 몇 부분에서, 실망스럽다.
난민 입장에서 거부감을 감정의 맥락에서 살펴보란다. 거부하는 사람들이 다 반이성적으로 감정적인 것처럼 말한다.
난민 500명이 대한민국 인구 5000만을 압도할 것 같은 과잉 공포와 걱정이 허구 란다. 어이없다. 이게 과잉이면, 왜 유럽에서 잘 진행하던 난민정책 접고 반난민정책을 통과시키고 준비중인지 서술이 없는가.
난민 이야기에서 무슬림이라는 점을 축소시켜 이야기한다.
물론 우리가 그렇듯, 그들의 대부분은 무늬만 무슬림일 수 있다. 꾸란을 읽어본 적도 없고 라마단도 대충 지나가는 무슬림들이 대다수 일 것이다. 그러나 '정체성'의 혼란이 오거나 위기가 오면 종교심은 그를 장악한다. 해외에만 나가면 갑자기 애국자가 되는 것처럼.
또 글에 자주 보이는 동성애를 옹호하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몸의 구별은 차별의 기초다. ...다른 방식으로 성관계를 하는 몸을 구별하고, 이어서 차별한다. 몸의 이분법을 기반으로 남자가 '아니'라면 여자여야 하고, 여자가 '아니'라면 남자여야 한다. 이를 자연법칙으로 여긴다. 이러한 구별은 '강제적 이성애'를 위해 필요하다. 결국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을 이야기한다. (p.22)
그래서 '행복한가요?' 라고 물어보고 싶다. 정작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작가 본인이다.
난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순간 순간 괴물이 되는 자신을 발견하기 전까지 나는 꽤 괜찮은 여성이었다. 내 인간 본성을 말씀을 통해 냉철하게 직면하며 공동체와 함께 나아갈 때, 내 과거와 현재가 함께 회복되는 사건이 된다.
내가 낳았지만 내 것도 남편의 것도 아닌, 자는 아이를 닳을까 살살 쓰다듬고 가슴의 심장소리를 들을 때, 별빛도 숨을 멈추는 그 시간을 안다면 달라질텐데. 살내를 맡으며 감사가 터져나올 때 그 감동을 안다면 달라질텐데.
'생명'이 누구에게 속했는지 깨닫지 못한다면 알 수 없는 신비이다.
문제를 지적하는 거 누구나 한다. 페미니즘 몇 강만 수료하거나 이런 책 몇 권만 읽으면 다 이론가, 분석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은 늘 빈손이다. 화만 내다 끝난다.
여성 혐오를 해결할 수 있는 '액션'이 뭔가?
난민을 받아들인다면 작가는 어떤 부분에서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나?
성소수자의 정의 내려보자. 약 60여 가지의 정체성 스펙트럼이 있는데, (예를 들어 조증일때는 남성, 우울증일때는 여성- 이게 정신병이지 정체성이냐!) 토론하려면 정의 부터 내려야하는데, 본인들끼리도 정의가 안 내려지면서 뭘 어떻게 용기를 내서 환대하라는 건지.
'미친년'은 제자리에 있지 않는다. 계속 움직일 것이고, '나'는 오염되고 변태되어야 한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이부분에서 작가를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났다. 그가 얼마나 공허와 어둠에 갇혀있는지. 자유를 찾아 헤매지만 실상은 죄의 노예로 끝없이 고통받아야 하는 그분이 안타까웠다. 나도 '오염','변태' 이런 단어들이 마치 틀을 깨는 자유처럼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만족하고 머물러 있으면 꼴통이 되는 줄 알았다. 맞다. 현실은 썩었다. 머물러 있어도 안된다. 빛으로 나아와야 한다.'그분의 자녀'는 제자리에 있지 않는다. 계속 움직일 것이고, '나'는 거룩해지고 정결해져야 한다. (서평을 마무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