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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 UX 디자인 - 모바일 시대의 제품 디자인 기본 원칙
반준철 지음 / 한빛미디어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지금은 스마트폰을 바꿨지만, 이전 스마트폰을 쓸 때였다. 스마트폰 좌측에는 음량 조절 버튼이 하나 있었는데, 위쪽을 누르면 음량이 커지고, 아래쪽을 누르면 음량이 작아졌다. 또 버튼을 누를 때 음량 화면이 반투명 레이어로 뜨면서 음량이 커지면 음량바가 오른쪽 방향으로 길어졌다.
문제는 게임이나 영화를 볼 때면 화면을 우측 90도로 돌려서 보게 되는데, 버튼을 누르면 화면의 음량바도 당연히 90도로 돌아간 상태로 떴다. 그렇게 되면 버튼의 아래쪽이 오른쪽이 되어 버리는 셈이여서 화면을 보고는 자연스럽게 나도 화면 볼륨을 높이기 위해 오른쪽(아래쪽)을 누르게 된다. 하지만 버튼의 상태는 그대로 이기 때문에 아까 아래쪽을 누른 것 처럼 음량이 작아졌다.
이런 일은 핸드폰을 바꾸기 직전까지도 계속 되었다. 만약 엔지니어가 화면과 버튼의 방향을 일치시켰더라면 사용자의 이런 실수가 계속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기업의 제품, 서비스를 이용자가 이용하면서 상호작용하게 되는 모든 측면의 경험을 'UX'라고 한다. UX라는 말은 사실 주로 웹사이트에서나 사용하는 줄 알았지만, 지하철의 승차권 시스템, 수도꼭지, 뮤지컬 등에도 UX라는 개념이 들어가는 것이였다.
UX에서 중요한 점은 이용자와 제품 간의 Interaction이다. 말 그대로 상호(Inter)간의 주고 받는 행동(action)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스마트폰에서는 카메라를 찍는데, 찰칵하는 소리가 안 나면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 것이다. 이게 찍힌 건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경험이 있다. 어느 빌딩의 화장실에 갔는데,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리니 변기의 물이 정말 그림자 사라지듯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였다. 눈으로도 깨끗히 모든 것을 앗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좀 찝찝했었다. 콰르르르르르! 하는 상쾌한 소음(?)이 마무리를 해줘야 이용자도 상쾌하게 문을 차고 나갈 수 있는 것 아닐까?ㅋ 이 또한 이용자에게 적절한 feedback을 주지 못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제목과 다르게 내용은 상당히 교과서적이고 정석적으로 집필 되었다. 따라서 대학 등의 교육기관에서 UX 등을 교육할 때 볼 교재로 매우 적합한 구조이다. 여태껏 UX를 단지 웹사이트나 전자기기를 설계할 때 사용하는 용어로만 이해하고 있었다면 이 책을 통해 상당히 넓은 시야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어떤 분야든 사람이 인지해야 하는 영역이 있는 것이고, 개선할 점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UX를 배우는 책 답게 독자를 위한 UX를 상당히 고려한(?) 책 같다. 깔끔하게 처리된 목차와 번호 그리고 키워드에 표시된 형광색 표시 등 독자가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해두었다.
UX를 보면 인간의 인지, 감성, 습관 뿐 아니라 문화나 역사적인 측면에서도 고려해야 할 듯 싶다. 플레이 스테이션의 버튼 중 O, X 버튼이 있는데, 이것이 서양에서는 O가 취소, X가 선택인 반면 동양에서는 X가 취소, O가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런 단편적인 예처럼 폭 넓은 지식과 이해가 있어야 좋은 UX 디자인을 할 수 있으리라 깨닫게 된다.